전태일 평전 서평, 감상문, 독후감

소개글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정치경제학입문 수업에서 독서과제로 나온 `전태일 평전` 독후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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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슬픔’.
청년 전태일의 짧고 강렬한 일생을 훑어가는 동안 내 감각을 지배한 감정이다. 슬프다. 한 사람의 죽음이 슬프다. 그의 처절한 고뇌와 착한 심성이 슬프다. 이런 시대를 겪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슬프다. 찬란하게 발전한 경제에 깊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슬프다. 그 그림자를 보지 못하고 윤택한 삶을 찬양해온 내가 슬프다. 온실의 화초보다도 나약하고 우물 안 개구리보다도 아둔한 내 모습이 슬프다.
못 사는 사람들은 그들의 게으름 때문에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분명 게으른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누리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의 빈곤함은 그들의 책임이 아니었다. 근원적인 괴로움, 가난은 억지로 ‘주어진’ 것이었다. 피치 못할, 선택의 여지가 없이 강요된 것이다. 수탈, 즉 강제로 빼앗지만 않으면 합당한 것이 아닌가? 모든 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 아닌가? 이처럼 철없는 질문만을 던지던 공허한 나의 의문은 ‘착취’라는 개념 앞에서 흔적 없이 무너져 버렸다. 전태일을 알지 못했다면 나는 영원히 도도한 인간이었을 것이다. ‘내내 도도하십시오.’ 슬프게 내뱉는 그 말은 안타까운 절규요 비난이요 저주다.
인간이 걸려 넘어지는 것은 산이 아니라 돌멩이라는 말이 있다. 자기 주변의 가장 흔하고 익숙한 것들이 자신을 옭아맨다는 것이다. 삶, 생활, 밥줄을 유지하기 위한 노동은 너무 당연하게 산재해 있는 돌멩이였다. 발에 채이던 돌멩이는 어느새 사람을 걸려 넘어지게 할 만큼 커지더니 이윽고 사람을 짓누르는 크기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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