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둔황 경전, 그것은 왜 땅 속에 묻혔을까?노벨문학상 후보에까지 오른 일본 역사소설의 거장 이노우에 야스시를 대표하는 『둔황』. 20세기 초 중국 둔황 막고굴에서 발견되어 전세계를 놀라게 한 '둔황 경전'에 대해 파고드는 장편소설이다. 역사에 대한 통찰과 상상력, 그리고 절묘한 스토리텔링이 만들어낸...
1. 제목 <둔황>의 정의와 발달 과정
이 책의 제목인 둔황은 중국 감숙성(간쑤성)에 위치한 지역의 이름이다. 타림분지 동쪽 변두리를 복쪽으로 흐르는 당허강 하류 사막지대에 발달한 오아시스 도시로서,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잇는 실크로드의 관문으로, 고대의 동서교역•문화교류 및 중국의 서역 경영의 주요한 거점이 되었던 곳이다. 이곳이 유명해진 까닭은 1900년 석굴사원의 석굴군(石窟群) 중의 하나인 둔황 모가오굴에서 2만점의 고문헌(古文獻) • 회화류(繪畵類)가 발견되어, 그것이 1907년 및 1908년에 스타인 및 프랑스인 폴 펠리오(Paul Pelliot) 등에 의하여 반출됨으로써, 세계의 동양학 및 불교 미술의 연구에 크게 기여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2. 작가 소개
이 소설의 작가는 일본인 이노우에 야스시다. 그는 일본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며 노벨문학상 후보에도 올랐던 역사소설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다. 불교미술과 동양사에 조예가 깊은 일본의 전후 ‘국민 작가’, ‘국보급 작가’라고도 불린다. 그는 대중으로부터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역사를 재구성해낸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가진 역사에 대한 통찰력, 빛나는 상상력과 함께 절묘한 스토리텔링을 결합하여 이 장편 역사 소설을 집필하였다. 그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둔황을 단 한차례도 답사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그가 갖춘 역사적 지식과 현존하는 역사 자료들에 기반하여 이 소설을 쓴 것이나 다름없다. 책상 앞에서 발휘된 상상력이 이렇게 거대한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까닭은 작가에게 역사에 대한 풍부하고 깊은 지식이 내제되어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나의 예상과 일치하게, 작가에 대해서 검색하여 보니 그는 중국 및 아시아 역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왕성하게 연구하고 글을 작성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언어와 종교, 특히 불교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높은 명성을 가진 이노우에 야스시의 <둔황>은 그의 대표작으로 통하며 많은 상과 인기를 얻었다.
I. 영웅 아닌 영웅 조행덕
소설『둔황』은 여타 소설들과 다른 재미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팩션 역사 소설의 주인공은 입신양명의 야망을 가진 영웅적 인물이다. 소설의 주된 내용은 으레 영웅 주인공들이 낮은 출생 신분 (서자, 노비, 혹은 그 외에 출생과 더불어 귀속될 수밖에 없던 요소들) 과 욕망의 간극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다루며, 정해진 운명에 대한 시련 끝에 주인공들은 역사에 이름을 남기며 대업을 완성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그러나 조행덕은 보통의 주인공들과는 출생 신분부터 차이가 난다. 소설 도입부에 나타나는 그의 비범한 능력 (작가는 행덕이 초시를 통과하였으며, 이부 시험 또한 무난하게 통과 가능할 인물임을 밝힌다.) 도 현실의 한계와 인물의 고뇌를 대비하는 장치가 아니다. 행덕은 본인의 사회적 위치와 실력에 자부심이 있으며, 낮잠을 자다 시험을 놓친 ‘갈등 상황’ 또한 불가항력의 태생적 한계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저 본인의 안이한 실수가 원인일 뿐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과거 시험 탈락 이후의 행보이다. 실수에 마음 아파한 시간도 잠깐, 행덕은 이후 자신이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과 정반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관리 임용을 포기하고 방랑자의 삶을 택한 것이다. 영웅 주인공들의 단골 목표인 입신양명과 부귀영화를 스스로 포기한 셈이었다. 경섭의 동기에 어떤 장대한 야망이 작용한 것도 아니었다. 우연히 마주한 어느 서방 여인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 그저 그 뿐이었다. 그러나 발단은 우연적이었기에 운명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에게 운명은 저항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가 개봉을 떠나 사막을 가르는 샛바람이 된 계기에는 그 자신이 일으킨 작은 날갯짓이 한 몫하였다. 기존의 저항자들과는 달리 행덕은 운명을 수용함과 동시에 주체적으로 삶을 꾸려나간다.
책을 처음 손에 쥐었을 때 검은 표지의 외관으로부터 받은 느낌은 칙칙했고 ‘둔황’이라는 짧은 제목으로부터 흔한 역사서 같은 인상을 받았다. 막상 읽기 시작하니 주변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사랑소설이었다. 300쪽이 안 되는 분량의 이 소설은 첫 장을 펼친 순간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불과 3시간 남짓 걸렸다. 그 정도로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고 단순한 사랑소설이 아니었다. 오히려 배웠던 내용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따라 소설 내용을 스스로 그려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 먼저, 중국 송나라의 지배 아래에 있던 둔황지역을 서쪽의 서하세력이 통일하던 시대적 배경의 소설에서 작가가 일본사람이라는 것이 의외였다. 이노우에 야스시는 일본의 국보급 작가로서 ‘떡잎부터 남달랐던’ 작가였다. 그는 군의관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여러 도시를 전전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10대 시절에 글쓰기를 시작 하여 고등학교 때 이미 지역 잡지에 시를 투고하기도 했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역사에 관심이 지대하였고 이 분야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다. 이후 시와 소설에서 왕성히 활동해왔는데, 특히 역사소설 분야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였다. 노벨문학상 후보에까지 오르는 등 일본의 국보급 작가라 할 만한 인물인 듯하다. 1900년대 초반 둔황의 막고굴에서 대략 4-5만권의 고문서가 발견되었고, 당시 이노우에 야스시는 여기서 소설의 영감을 얻어 ‘둔황’을 집필하게 되었다. 그는 소설에서 과거에 어떤 이유로 고문서가 둔황의 동굴로 왔으며 여기에 어떤 사연 들이 있는지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풀어나갔다. 작가는 역사뿐만 아니라 언어와 종교, 특히 불교에 관심이 많았다. 따라서 역사와 언어, 불교가 자연스럽게 소설 속에 반영되었다. 그가 쓴 역사소설의 경우에는 일본의 전국시대를 다룬 것이 많고, 중국사에서는 ‘둔황’뿐만 아니라 ‘누란’, ‘덴표의 용마루’와 같이 서역을 소재로 다룬 것이 많다.
![[둔황, 이노우에 야스시, 문학동네, 2010] 독후감 "세상의 역사, 한 사람의 역사가 지닌 소중한 가치"](https://image4.happycampus.com/Production/thumb212/2021/06/15/data26133430-0001.jpg)
[둔황, 이노우에 야스시, 문학동네, 2010] 독후감 "세상의 역사, 한 사람의 역사가 지닌 소중한 가치"
이노우에 야스시 둔황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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