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뱅크시의 삶과 예술을 폭넓게 추적한 최초의 책이다. ‘자본주의를 비웃던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되레 자본주의를 배불리 먹이고 있는 것 아닌가?’, ‘왜 예술계는 이토록 뱅크시에 열광하는가?’, ‘뱅크시 팀의 정체는 무엇이며, 그들은 어떻게 이런 대담한 일을 벌일 수 있는가?’ 뱅크시에게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듣는 건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저자는 뱅크시의 초기 작품부터 가장 최근 작품까지를 빠짐없이 추적하고 그 사이사이에 벌어졌던 사건과 논란을 이 책에 생생하게 담아내, 독자가 이 질문들에 스스로 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뱅크시의 말마따나,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은 “그저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예술이니 말이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보여주는 뱅크시는 가장 모호하면서 동시에 가장 입체적이다. 뱅크시를 찬양하든, 비난하든, 이해하든, 외면하든, 뱅크시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는 얼굴 없는 벽 뒤의 남자, 뱅크시의 윤곽을 어렴풋하게 그려볼 수 있다.
예술은 시간과 장소로 상징된다. 시간과 장소라는 두 가지 요소는 관객들이 예술이 아닌 예술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미술관을 찾은 관객들은 그곳에 걸려 있는 그림을 '예술'로 인식한다. 그것은 미술관이라는 장소가 주는 신뢰이다. 거리의 어느 벽에 뿌려진 스프레이 그림이 그라피티일 수도 있지만 유명 미술관에 같은 그림이 전시되면 '작품'이 된다. 보통 관객들이 박물관을 방문하면 그곳에 전시된 작품의 진위나 수준을 크게 의심하지 않고 예술로 받아들인다. 2003년, 런던의 테이트 박물관의 전시실에서 모자를 쓴 한 남자가 벽에 붙은 채 가방을 두고 있다. 그가 사라진 뒤 벽에 남긴 것은 테이트 박물관이 며칠 동안 '전시'한 그의 그림이었다. 관람객들은 벽에 전시된 다른 작품들과 함께 박물관이 허락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았던 그의 작품을 진지하게 감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