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혹은 살의랄까 자폭 한밤중 흐릿한 불빛 속에 책상 위에 놓인 송곳이 내 두개골의 살의(살의)처럼 빛난다. 고독한 이빨을 갈고 있는 살의, 아니 그것은 사랑. ... 제목으로 봐서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 같다. 사랑 혹은 살의랄까 자폭이란 제목은 시의 내용의 모든 것을 함축하는 한마디로 규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 그런 면에서 사랑혹은살의랄까? 라는 것은 사랑인가 살의인가 갈등을 하는 시인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책상 위에 놓인 송곳이 내 두개골의 살의(殺意)처럼 빛난다. 고독한 이빨을 갈고 있는 살의, 아니 그것은 사랑. 「사랑 혹은 살의랄까 자폭」중 봄이 오고 너는 갔다. ... “모가지”가 잘리듯 영원한 상처를 감수하며, 시의 제목에서 고백하듯 “자폭”하듯이 받아들이는 것이 최승자가 보는 사랑이다. ... 비명 같은 사랑”이 되었을 때, 그에게 있어 “사랑”과 “살의”는 동음이의어가 된다.
혹은 시인 자신이 희망이니 행복이니 하는 사치스런 감정들을 부정하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녀가 보이는 부정의 태도는 사실 긍정하는 마음에서 온다. ... 사랑에 대한 부정 앞서 끊임없이 언급했듯이, 최승자가 말하는 사랑 역시 부재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녀에게 사랑은 ‘여기 없는 것’이고,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다. ... 그리고 사랑이 없다고 끊임없이 말함으로써 사랑에의 그리움을 역설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은 “그립지 않다”고 말하지 않는다.
16) 최승자, 「사랑 혹은 살의랄까 자폭」,『이 시대의 사랑』, 문학과지성사, 1981. 17) 장석주, 「고독한 자의식의 신음소리 최승자」, 『나는 문학이다』, 나무이야기, 2009 ... 또한 죽음은 삶의 소진이지만, 그 소진, 혹은 무의미한 세계에 내던져진 의미가 없는 삶의 소멸이야말로 빛나는 승리가 되기 때문이다. ... 다시 말해, 존재의 이유가 부재하는 폭압적이고 모순된 사회 속에서의 ‘삶’과 ‘인생’은 시인에게 보잘 것 없는 것으로 인식되고 그러한 무의미한 삶의 소멸 혹은 죽음이야 말로 시인에게
“한밤 중 흐릿한 불빛 속에/책상 위에 놓인 송곳이/내 두개골의 살의처럼 빛난다/ 고독한 이빨을 갈고 있는 살의/아니 그것은 사랑”(최승자 ‘사랑혹은살의 랄까 자폭’) 시인 최승자는 ... 모성성과 자아정체성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모성의 미덕이라고 할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 저편에는 자신의 삶을 희생해서는 결코 행복할 수 없는 한 여성의 비극이 ... 하지만 그 외출이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때로는 육체의 쓰라린 고통을 동반하는 시지프스의 끝없는 산행 혹은 밀랍 날개가 태양에 녹아 내려 버리는 이카루스의 비상의 형태로도 나타난다.천양희
내 모가지가 땅바닥에 덩그렁 ('사랑 혹은 살의랄까 자폭')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오 행복행복행복한 항복 기쁘다우리 철판 깔았네 ... 밑에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라는 시 중에서도 꽃병에 꽃이 꽂여있는 모습을 시각화함으로서 시 표현에 효과를 주고 시를 읽는 박자에도 영향을 주어 운율을 얻고 있다. ... 네 꽃 병 에 꽂 아 다 오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귀아리게 쟁쟁하게 불끈 솟아오르는 산들, 어린 날의 메아리가 되살아나 흐야 흐 바다로 내달아 바다! 일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