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신민]-조선박람회견물기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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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 3인의 관람단은 아침 9시에 빌서(벌써?) 집을 나섰다. 전차는 오는 것 마다 남녀학생, 지방의 대단체로 꼭꼭차고 빈틈이 없다. 우리는 부득기 종로 네거리(평양시에 있음)를 거쳐서 가기로 했다. 종로 네거리는 이상스런 깃발을 선두로 형형색색의 표를 혹은 가슴에 혹은 어깨에 또 혹은 소매에 붙인 3-40인 혹 5-60인의 단체행렬로 우왕좌왕 복작거리기 시작했다. 빗낡은 양복에 후가고무(심고무)화를 신고 고무카라에 검정 넥타이를 맨 분들은 아마 면장님네일 것이오 꾀죄죄한 소프트카라에 자색단화를 신은 분들은 군속(고을에 딸림)나부랭인 듯하다. 그러기에 깃발을 휘두르며 전 단원을 지휘하는 게 아닐까? 단원양반들은 모두 흰 두루마기일지언정 깨끗하게들 입었다. 그 깨끗한 두루마기 시골집에서 입던 것을 빨아 입고 온 것이라면 다행이련마는 만약에 고리대금의 여비일부(여비의 일부?)로 새로 지은 옷들이라면 장차 그 두루마기를 입고 간도로 쫓겨나갈 동기가 되지 않으리라고 누가 보증할 것이냐? 전후에서 뿡뿡때때하는 자동차, 전차 소리에 넋들을 잃고 입을 아- 벌리고 눈을 둥그렇게 뜨고는 작고 사방을 휘둘러보기는 하나 어쩔지 모르는 초조한 빛들이다. 더구나 우습고도 위험막심한 것은 그분들의 전차길 횡단광경이다. 저기서 오는 전차나 자동차를 잘 살피지 아니하고 막 건너려 할 때 쑥 다치면(?) 기겁을 하고 뒤로 물러서는 꼴이며 몇십명이 꼬리를 물고 건너다가 저편 선로를 향하는 전차가 땡땡하는 소리를 내면 공연히 겁들을 내고 마치 시골 냇물에 돌다리 건너는 모양으로 성큼 뛰는 양, 주르르륵 달아나는 양, 질팡갈팡으로 넘어지는 양 별별 희비극을 다 연출한다. 지나가면서 이 꼴들을 보다 못한 S부인 은 저것이 무슨 꼴들이야! 하고 혀를 껄껄찬다.

S군 “우리도 마찬가지 아니오. 그러기에 시골 사람이란 말을 듣지 않소.”
기자 “남의 장단에 온 아무리 춤 잘 추는 사람들이래도 알맞게 춰야 꼴이나 숭 없잖겠지, 정말 딱한 일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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