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 전자책의 발전과 종이책의 미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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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지하철 같은 공공장소에서 책 읽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들 손에는 책 대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쥐어져 있다. 이렇듯 우리는 뉴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고, 많은 예언들이 현실이 된 것도 사실이다. MP3가 LP를 몰아내고, 디지털카메라는 필름카메라가 있던 아랫목에 앉아버린 지 오래다. 전자책은 편리하다. 우선 많은 책을 하나의 단말기에 담을 수 있고 서점에 사러 가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나서 기다리는 수고와 기다림의 시간을 생략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지식 네트워크 기능’을 쉽게 실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그렇다면 종이책 수천 년의 역사가 전자책 단말기와 태블릿PC, 스마트폰에 의해 곧 막을 내릴 것인가. 나의 대답은 ‘아니요’뿐 아니라 ‘아니 되오’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째, 전자책은 종이책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전자책과 종이책의 기본적인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종이책을 읽는 일은 e북을 읽거나 인터넷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켜는 일과는 전혀 다른 ‘대체 불가능한’ 즐거움과 가치를 사람에게 안겨준다. 책은 우선 인간의 다양한 감각을 만족시킬 수 있다. 손으로 책을 넘길 때 촉각의 쾌감을 느낄 수 있고, 책장이 넘어갈 때 청각이 동원되며, 종이 냄새에 후각이 흔들린다. 종이책은 휴대전화처럼 충전하지 않아도 ‘무한 에너지’의 배터리를 품고 있는 매체다. 책과 단독자로 대면하는 개인매체이면서도 여럿이 돌려가며 읽을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올드미디어로 여겨지는 종이책이 사실은 21세기를 지배하는 뉴미디어의 특성을 이미 다 갖고 있다. 전자책이 종이책을 흉내 내는 것을 보면,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종이책 읽기의 가장 큰 장점은 읽는 이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을 하는 행위보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훨씬 힘든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통제하는 고통을 이겨내는 일이다. 그 때문에 그 힘겨운 과정을 거쳐 한 권의 책을 온전하게 다 읽은 사람은 그 책의 주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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