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할배의 탄생』에는 남자라는 정체성을 얻고, 군대 가고, 밥벌이하고, 돈 벌고, 여자 사고, 죽음을 향해 달려온 70년 세월의 곡절마다 이야기가 그득하다. 어르신이든, 꼰대든, 할배든, 그저 한 사람의 민낯이 있을 뿐이다. 낯설기만 한 그 맨얼굴을 들여다보면, 완고한 얼굴로 절뚝이며 거리를 지나가는 나이든...
책을 읽고, 두 ‘할배’가 가난과 가부장제의 내면화로 인해 생긴 자기혐오를 작가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가며’에 나왔듯, 작가는 “두 남자를 옹호하고 싶고, 두 사람이 세상의 주인임을 함께 확인”하려고 했다. 계급과 사회에서 부여한 성 규범, 가난에 대한 편견을 꾸준히 의심하며 ‘할배’를 남성, 가난, 이성애자 등 다양한 틀 안에 가두지 않고 한 인간으로 보려고 했다는 노력이 책에서 드러났다. “가난한 사람들을 모아 힘으로 만들어내는 일”을 하기 위해 사람들의 시선에서 가장 배제된 노인층을 주제로 한 책 자체가 의미있다고도 생각했다.
책은 김용술과 이영식, 두 명을 의도적으로 배치시킨 것처럼 느껴졌다. 김용술 편은 그의 삶이 결과적으로는 후회가 많은 삶이었지만, 그가 정상성의 규범을 기꺼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와 반대로, 이영식은 정상성의 규범을 내면화함으로써 자기 혐오라는 결과를 갖게 된다.
1. 작가소개
최현숙
1957년생 여성. 남원출신. 자신 스스로를 좌파라고 생각한다. 진보정치권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여성의 생애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2. 작품소개
책은 2명의 할배(할아버지)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야기의 형식은 구술이다. 구술로 생애를 모두 기록하여 책으로 옮겼다. 즉, 본인의 삶을 가장 자세하면서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다. 중간중간에 작가가 개입하여 몇 가지 할배에게 질문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이야기의 대부분은 할배의 성에 대한 이야기이거나 정치의견에 대한 이야기이다.
1부는 김용술 할배이다. 그는 해방둥이이다. 해방이 되는 1945년에 탄생했으며, 현재 혈액암을 앓고 있다고 한다. 그의 인생은 순탄치 않다. 10남매의 5째로 태어났지만 자기 위의 형제가 몇 명 죽어 둘째아들이다. 그의 인생은 이주, 가난, 여성으로 점철되어 있다. 가난한 그는 기술을 닥치는 대로 배워 삶을 살아간다. 양복점, 요리, 구두수선, 가죽공예 등등의 다양한 기술을 배웠다. 그리고 20살 무렵에 결혼도 한다. 그러나 그는 어느 순간부터 여성과 술에 찌들려 살아간다. 새로운 여성과 잠자리를 하고 여기저기 떠돌아 다닌다. 이 과정 중에서 아내는 춤바람이 나면서 이혼을 하게 되고, 그는 다른 여성과 동거를 하게 된다. 이후 그는 여러 여성들과 동거와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삶을 살아간다.
2부는 이영식 할배이다. 그는 46년생으로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났다. 태어나고 얼마되지 않아 한국전쟁이 일어나면서 그는 청주로 이사가게 된다. 청주로 이사를 가기 직전, 그의 어머니가 양잿물을 마시고 죽음에 이른다. 그의 무수한 트라우마 중 하나이다. 그는 21살이 되면서 군대에 자원하여 입대를 하게 된다. 무난한 군대생활을 하던 중 70년에 월남전에 참전을 자원하게 되어 1년간 월남에서 근무를 하게 된다. 이 시기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끔찍한 시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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