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96년), 소설집 [호출](97년)을 잇달아 냈다. ... *김영하 작가후기 소설이란 현실적 개연성을 갖춘 허구라는 고정 관념에 익숙한 독자들이 보기에 김영하 소 설은 근대적 이성의 산물인 소설의 원칙을 무너뜨린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보일 수 ...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김영하의 소설에서 이러한 자아의 신격화는 대개 예술 작품의 창조라는 주제로 수렴된다는 것이다.
백민석(27)은 신세대 작가 가운데 김영하의 뒤를 잇는 유망주로 거론된다. 그의 관심은 인간이 생산해낸 사물들에 의해 포위당한 현대인과 그 주변부를 파고든다. ...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의해서도, 이데올로기의 호출에도 제대로 응해 볼 기회를 가져 보지 못한 주체에게 그것은 거의 필연이다. ... 부모에 의해 온전한 주체로 탄생하기에 실패한 그들이 이번에는 학교를 통한 이데올로기의 호출에도 응답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 책의 작가인 김영하는 이 글이 허구이며 소설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그런데 오히려 이 이야기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흥미로워지는 이유는 뭘까? ... 아무도 호출해 주지 않는 자신을 확인이라도 하듯 스스로에게 호출을 해 보는, 또 호출할 누구도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듯 또다시 시도해봐도 결국 스스로에게서 울리는 호출음소리 ... 호출 은 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요소재이면서도 현대적인 자극을 주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호출을 하고, 또 그 호출을 기다린다는 게 얼마나 색다른 기분인가!
호출은 대상을 유혹하고 부르는 행위이다. 유혹하는 것은 남자일 수 있고 또 여자일 수 있다. 문제는 서로 욕망 하는 대상이 변질되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것이다. ... 그러한 현상은 김영하의 소설 속에서 더욱 빛난다. 김영하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전문화된 인물이다. ... 이미지를 운동시킨다는 점에서 김영하는 상상력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
나는 김영하가 싫었다. ...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면서 생활의 중심을 하이텔에서 인터넷으로 옮김. 97년 9월 창작집 [호출] 발간. 곧이어 터키 여행. ... 김영하의 두 번 째 단편집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가 한국 현대 문학의 이해를 위해 수업을 받았던 우리가 처음으로 공부한 작품이란 것은 우연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