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를 포함, 프로이트의 성에 관한 다수의 논문들로 구성된 책.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는 '꿈의 해석'과 더불어 인간의 삶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독창적인 작품의 하나로 손꼽힌다. 성적 충동이 인간의 심리 현상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동인이며,...
68p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여섯 살에서 여덟 살 이전의 유년기 초기를 잘 기억해 내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까지, 비록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었다고는 해도, 이 기억 상실에 대해 어떤 놀라움도 느끼지 않았다.
72p 정상적이고 문명화된 개인의 성장에 그처럼 중요한 정신적인 힘들이 생겨나는 것은 어째서일까? 그 힘은 아마도 유아기의 성충동 자체를 희생시킴으로써 나타나는 듯하다. 문명사가들은 모든 종류의 문화적 성취가 있을 때마다 성 목적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목적으로 방향을 돌린 성 본능의 힘에 의해 얻어진 강력한 구성 요소들이 존재한다는 데 견해가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우리는 당연히 개인의 발달에서도 같은 과정이 한몱을 하며, 그 시작은 유아기의 성적인 잠복기에 있다고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81p 항문 부위는 맨 처음부터 성욕을 일으키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프로이트가 현대 사상과 정신사에 끼친 업적은 지대하지만, 70년대 이후 ‘정체성의 정치’가 사회 이론과 운동의 주류가 되면서 사회에 속한 개인의 주체화 과정과 그에 따른 억압의 극복을 말하는 정신분석학의 논의가 주로 원용되었다. 때문에 젠더와 퀴어 이론, 그리고 알튀세르로 대표되는 신좌파 주체론의 바탕이 된 프로이트(와 라캉)의 기본 개념들을 살피는 일은 필수적이라 하겠다. 그 중에서도 오늘 다룰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와 「성의 해부학적 차이에 따른 심리적 결과」, 그리고 「여성의 성욕」은 ‘정상적’인 성발달, 다시 말해 주체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 것인지, 그리고 흔히 생물학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육체’가 유아기부터 어떠한 방식으로 문화적 가치판단의 내부에 이미 들어와 있는지 보여주는 핵심적인 텍스트이다.
1. (남성) 주체의 탄생 -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프로이트는 먼저 성 도착에 관한 화두로 이 글을 연다. 동성애와 같은 “성 대상 도착”과 성교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성욕 도착’은 편견과 달리 실상 ‘성욕 도착’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 중에 “가장 이상해 보이는 것조차도 언제나 정상적인 성 과정에서 암시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46)이라는 그의 논변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흔들기에 당대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다분히 생리학적이고 화학적인 관점이 지배적이었던 프로이트의 성에 대한 관심은 자기 분 석을 통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발견과 그 이전까지 히스테리를 설명하면서 거론하던 유 혹 이론, 즉 어린 시절 어른의 개입으로 인한 성적 유혹의 외상적 결과가 히스테리로 나타 난다는 이론을 파기함으로써 역사적인 새로운 이론, 정신과 성 , 성과 정신과의 관계를 연결 짓는 이른바 정신성적 발달이론으로 나아가게 된다 .
『성욕에 관한 세 편의 에세이 Three Essays on the Theor y of Sexuality』는 그러한 프로 이트의 관심이 여실히 드러나는, 철저하게 정신분석적 연구에 근거한 ―뿐만 아니라 의도적 으로 생물학의 발견들을 회피하는 ―글로, 유아기에서 사춘기로 이어지는 발달 단계를 따라 정상으로 간주될 수 없는 여러 가지 성욕 도착과 신경증 증상들의 기원을 분석한 < 성적이 상>, < 유아기의 성욕>, < 사춘기의 변화들 > 이상 세 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