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모두 겪은 비운의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부는 돌아가셨을 것이고 일부는 아직까지 살아 계실지도 모른다. 그런데 과연 이 두 역사를 함께 아우르는 대하장편소설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우리 집에 부모님이 보셨던 수백 권의 책들 중에서 김성종 작가의 <여명의 눈동자>를 발견했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모두 겪은 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로 역사에 관심이 많던 필자는 단번에 완독하고 말았다.
이 책은 윤여옥이라는 한 여성과 최대치, 장하림이라는 두 남성을 주인공으로 그린 이야기이다. 이들은 모두 두 번의 수난을 겪은 사람들이다. 두 번의 수난이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말한다. 여옥은 일제강점기에 처녀의 몸으로 종군위안부가 되었던 인물이다. 대치는 한국인이지만 일본 군대에 징용된 사람으로 군대 안에서 한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매우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