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모모』의 작가 미하엘 엔데의 동화전집 제 1권. '동화와 판타지라는 수단을 통해 기술과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된 현대인을 고발한 철학가'라는 평을 받고 있는 저자의 독특하고 흥미로운 중·단편을 모았다.
표제작「렝켄의 비밀」은 잔소리와 간섭만을 일삼는 부모에게 불만이 많은 여자아이 렝켄을...
아이에게 부모는 우주다. 그들이 아이의 가치관과 성격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 없이는 일상을 지내지 못한다.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치료하기는커녕 “저절로 잠기는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갈 수도, 음식을 “먹을 수도” 없다. 이처럼 사소한 일까지 도우며 일상을 지속시킨다는 점에서 아이에게 부모는 세상의 전부다. 하지만 그 세상이 난쟁이처럼 작아진다면, 무력해진다면 아이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렝켄의 비밀」은 쥐만큼 작아진 부모를 원래대로 돌려놓으려는 아이 ‘렝켄’의 이야기다. 렝켄은 자신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부모에게 복수하기 위해 요정의 도움으로 그들의 신체를 비정상적으로 작게 만든다.
렝켄의 비밀. 꽤나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만한 제목이다. 사실 비밀이란 말에는 호기심을 끄는 무언가가 있는 법이다. 나 역시 처음에 제목을 보고 동화이지만 재미있겠다는 기대를 가졌었다.
작가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마 어린 아이들은 더 좋아했을 법 싶은데 그 이유가 다양한 환상적 요소들 때문이다. 책에는 요정과 마법의 각설탕, 바람거리, 빗물거리, 난쟁이로의 변화 등 아이들이 굉장히 좋아할 법한 소재들이 많이 있었고 그 소재들을 환상적으로 잘 조합하여 멋진 이야기가 그려져 있었다. 이 이야기를 다 읽고 외국의 동화는 이미지에 중점을 두고 풍부하게 활용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 시기적으로 동화의 발전이 앞선 외국은 이런 환상적 요소들을 잘 활용하는 것 같다. 아마 그들의 문화에 깊게 뿌리내린 세계관, 신화관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