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마르키 드 사드 가 바스띠유 감옥에 유폐되어있던 시절에 집필한 60여편의 단편들중 자신이 직접 선정한 11편을 단행본으로 출간한 것인데 내가 읽은 것은 1972년에 베아트리스 디디에 교수가 그 중에 다섯 편을 선정하여 편찬한 것이다.각 단편들의 제목은 주인공들의 이름으로 붙여졌고 작은 부제가 하나씩 더해져 있다. 팍스랑즈 혹은 야망의 죄 , 플로르빌과 꾸르발 혹은 숙명 , 도르쥬빌 혹은 미덕 때문에 죄를 짓게된 사나이 , 상쎄르 백작부인 혹은 딸의 연적이 된 어머니 , 으제니 드 프랑발 .다섯 편의 작품들에는 두 가지의 사랑이 등장하게 된다. 하나는 윤리적으로 인정되는 아름다운 진정한 사랑이요, 또 다른 하나는 일반인들에게 인정받을 수 없는 비윤리적인 사랑이다.여기서는 팍스랑즈 를 제외한 나머지 네 작품에서 모두 근친상간이라는 위험한 상황을 주제로 잡고 있다. 그의 펜이 만들어낸 이러한 힘겨운 주제는 다소 엽기적이라 할 만큼 나에게 충격을 주었다. 내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두 번째 이야기 플로르빌과 꾸르발 이다.첫 번째 이야기인 팍스랑즈 에서는 오페라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연인들의 대화들을 통해서 나에게 감동을 주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팍스랑즈 는 좀 진부한 사랑이야기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자기의 연인을 배신하고 돈에 현혹되어 다른 남자를 만난 한 어리석은 여인의 이야기는 옛날부터 끊임없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제이다 보니 좀 식상한 부분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단편은 전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서양에도 업동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놀라움을 주던 이야기는 그 시절 미혼모를 시작으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더욱 충격적인 소재들을 끄집어내고 있었다. 뒤이어 나온 플로르빌의 살인은 본능적인 방어로써의 살인이라는 점에서 크게 놀라울 것은 없었지만 그 살인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침착함과 냉정함. 쾌락만을 누리던 베르껭부인의 죽음과 일생을 절제 속에 살아왔던 레렝스 부인의 죽음은 너무도 대조적인 시각으로 본 플로르빌. (이 장면에서는 플로르빌의 시선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자신의 쾌락만을 쫓았던 베르껭 부인은 모든 악의 대표라고 보았던 그녀에 비해 나는 자신이 행한 선에 만족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러서도 덕행에 바치지 못한 시간들을 개탄하며 괴롭게 죽어간 레렝스 부인이 너무나도 안쓰러워 보이고 또한 어리석어 보이기까지 했다.)그리고 이어지는 낭시 여인숙에서의 살인장면. 그리고 드디어 밝혀지는 플로르빌의 그물처럼 얽히고 설킨 숙명...그 복잡 미묘한 관계가 밝혀지는 순간 난 도저히 이해가 안되어서 따로 도표까지 그려보아야만 했다. 그랬더니 결론은 꾸르발의 아내가 그 아들(센느발)을 위해 버린 딸(플로르빌)이 아들을 사랑했고 그리하여 그 아들의 아들(생 앙쥬)을 낳았으나 아들은 어머니(플로르빌)를 사랑했고 급기야 어머니에게 살해당했으며 그녀의 결정적인 증언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 것이 그녀의 어머니(꾸르발의 부인)였고 과거를 모두 밝히고 한 결혼이 아버지와의 결혼이었다. 결국 이러한 비정한 운명 속에서 그녀가 택한 것은 죽음이었다. 거듭되는 근친 상간의 결론은 결국 죽음이었던 것이다.(이 부분 읽을 땐 머리가 터지는 줄 알았다. 그리고 안타까운 플로르빌 때문에 가슴 또한 미어 터지는 줄 알았다.)*난 이책을 읽는 동안 내내 각 장면들에 대한 느낌이나 생각들을 메모해 놓았는데 그중에 재미있는 부분이 있어서 잠깐 적어본다. 생 앙쥬는 플로르빌과 그녀의 오빠사이에서 일어난 근친상간의 소실이다. 근친상간으로부터 태어난 사람들은 열성인자들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하는데, 그래서 생 앙주가 멍청하게도 핏줄을 알아본 심장의 거친 박동소리를 사랑의 징표라고 착각한 것 아닐까? (앗! 별로 재미가 없네...^^;)*여기 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조의 기법을 사용하여 주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주로 선 과 악 의 구도로 나누어진다. 그러나 그들 역시 절대 선과 절대 악으로 구분되어 질 수 없는 것이 이 글의 특징인 듯 하다. 악으로 대표되는 프랑로지만 아내에게만은 극진한 대우를 잃지 않았던 그였고, 선으로 대표되는 고에지만 팍스랑즈 아씨를 구하고는 그들 사이의 장벽을 거스르지 못하고 전쟁터에 나가 죽음을 맞이하는 약간은 어리석은 그이기도 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앞에서도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두 번째 이야기에 등장하는 두 여인은 플로르빌의 시각으로 보여지는데 그녀의 시각으로 보면 베르껭 부인과 레렝스 부인은 두말할 나위 없는 절대 악과 절대선의 대조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나의 시각으로 그 두 여인들을 보자면 전혀 새로운 구도가 잡히게 되는데 그것은 현명한 쾌락주의자와 어리석은 금욕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