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바다에서 여러 형태의 고기잡이 배들이 고기를 잡고 있습니다. 특히 도움을 받아 좋은 그물을 사용하게 된 몇몇 배들이 많은 고기를 잡게 되고 그로 인해 배를 확장시킵니다. 그 배들은 점점 커져 이젠 커다란 선박을 이룹니다. 커다란 선박 주위로 유사한 형태를 한 배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며, 호위를 하기 위해 줄로 서로를 엮어놓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심한 폭풍이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커다란 선박 중 하나가 폭풍에 휘말려 바다 한 가운데에서 전복되었습니다. 이에 엮어져 있던 선박들이 하나하나 연속적으로 전복되어버렸습니다.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일부 사람들은 배들을 서로 엮지 말고 따로 고기잡이를 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제적인 규제를 더함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고 제안하였습니다. 반면에 고기잡이를 해 온 사람들은 지금까지 해왔던 방법을 떠나 따로따로 고기를 잡는다면 많은 고기를 잡는 것은 불가능하며, 갑작스런 변화는 오히려 전체에게 미치는 큰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다고 그 의견에 반대하였습니다. 또한 주위의 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더욱 크게 미칠 수 있게 엮지 못하게 하는 몇몇 규제들을 폐지하자고 요청합니다.두 의견 중 어느 의견이 더욱 바람직합니까? 어느 의견에 따라야 모두에게 유익을 안겨줄 것입니까?위의 예는 재벌과 관련된 한국의 경제구조를 비유한 것입니다. 그동안 자타가 공인하듯이 한국경제발전에 있어 재벌의 역할은 매우 커 왔습니다. 그들은 진실로 한국 근대화를 이끌어 갔던 주역들이었습니다. 처음 5대 재벌에서 시작하여 계속 그 수는 늘어났으며, 1980년대에는 무려 30대, 1990년대 들어와서는 50대 재벌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그런데 정부 지원 아래 성장한 재벌 그룹들의 부실한 경영으로 1997년 한보, 진로, 기아와 같은 대기업들이 연달아 쓰러지게 되었고, 이로 인한 외환, 금융 위기는 IMF의 지원을 받게 하였습니다.이에 한국 정부는 구조적인 면에서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식하였으며 김대중다면 노무현 대통령 하의 새정부가 출범한 이 때 재벌 개혁은 여전히 필요합니까?재벌 개혁의 필요성을 알기 위해 우리는 우선 어떠한 그룹들을 재벌이라 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재벌의 정의는 무엇입니까? 또한 대부분 대기업과 재벌이란 말이 동일시 사용되고 있는데 과연 같은 의미입니까?재벌이란 말을 한자로 쓰면 財閥이 됩니다. 즉, 재벌이란 말 그 자체는 돈으로 세력을 퍼뜨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 재벌이란 말은 우리 나라에서 만들어진 말이 아닙니다. 그 말의 근원지는 일본이며, 일본의 재벌은 2차대전 전후로 의미가 달리 사용되어 왔습니다. 2차 세계대전 전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의미의 재벌, 즉 가족 및 친지들의 지배하에 다각화되어있는 기업집단을 의미하였습니다. 2차 대전 후에는 맥아더 사령부의 일본재벌해체정책으로 고전적 의미의 재벌은 해체되고 지금은 순수한 경영상의 이유로 기업이 서로 엮이게 된 것을 의미합니다. 현재 한국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재벌은 2차 세계대전 이전의 일본의 정의를 의미합니다.대기업이란 업종의 특성이나 상시근로자수, 자산규모 및 매출액이 중소기업기본법 시행령에서 정하는 기준 이상인 기업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좋은 의미에서 대기업은 단일 업종에서 전문화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면서 기업소유구조도 잘 분산된 기업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이처럼 큰 자본을 바탕으로 가족 및 계열사 경영을 하는 기업을 의미하는 재벌과 자산규모와 매출액이 큰 기업을 의미하는 대기업은 그 정의에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정권 시대에 경제 개발 계획 추진 방법의 하나로 몇몇 대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고, 그 대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재벌그룹의 성격을 띠었기에 재벌기업과 대기업이 거의 동일시되어 왔던 것입니다.이제 이러한 정의를 가진 한국의 재벌기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과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실제적인 개혁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도록 하십시다. 먼저 그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첫째, 과잉 중복 투자로 인한 문 따른 재벌간 생사를 건 시장점유율 경쟁 때문에 야기된 것입니다. 선도기업 따라가기식의 투자는 해당 산업 부문에 중복투자를 하게 하였으며, 수익성에 있어서는 심각한 하락을 초래하였습니다. 투자계획의 심사보다는 담보나 보증의 확보를 우선시하는 대출 관행속에서 재벌은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을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계속 유지하고 독점하다시피할 수 있었습니다. 재벌은 무너지지 않는다 라는 통념이 효율성 없는 투자를 계속하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통념이 무너지는 순간 경제적 위기는 촉발되었습니다.둘째, 무분별한 다각화로 인하 문제들입니다. 1994년 이후 재벌기업의 다각화추세를 살펴보면 1994년 국내 30대 재벌그룹의 계열사 총수는 616개였던 반면 1996년 말에는 767개로 2년 동안 무려 24.5%가 증가하였습니다. 반면에 1996년 49대 재벌의 매출액경상이익률은 0.2%로 지극히 낮았으며, 30대 재벌 중 14개의 재벌은 심지어 적자 상태를 면하지 못했습니다. 본격적인 불황의 파고가 밀어닥쳤던 1996년에조차 재벌들은 100여개에 가까운 계열사를 새로이 만들기만 하였습니다. 그 결과 과잉 중복 투자와 유사한 결과를 낳게 되었습니다.물론 다각화는 대량의 자금, 특히 차입의 확보에 매우 중요한 수단이자 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벌은 상호출자나 내부거래, 상호지급보증 등의 관행을 통해 최소의 자본으로 금융기관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차입할 수 있었고, 아예 금융기관을 소유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직접 자금을 확보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각화는 이른바 '산업 포트폴리오'의 구성을 통해 위험을 분산하는 수단으로서 역할도 하였습니다. 다각화를 통해 성장주도산업의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내부거래를 통해 적자기업을 유지함으로써 경기변동에도 불구하고 전체로서의 재벌은 지속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상호출자를 통한 다각화는 재벌 총수 일족에게 보다 많은 기업의 소유권과 경영권을 집중하는 수단이기도 하였습니다. 계열기업에 대한 전환사채의 발행이나 내부거래 나 이와 같은 이유들로 인해 무리하게 진행된 다각화는 '선도기업 따라가기'식의 투자로 나타났으며, 산업별 측면에서 보자면 과잉투자를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에 더하여 다각화는 수익성뿐만 아니라 상호지급보증의 관행을 통해 안정성을 크게 악화시켰다는 점에서 큰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최근 우량 계열기업들조차 상호지급보증에 의해 연쇄도산에 휘말린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은 이 점을 분명히 알려주고 있습니다.셋째, 기업지배구조 및 소유 구조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현재 한국 재벌의 기업지배구조는 총수 및 그 친족의 소유 집중에 기초한 전일적인 지배체제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전문성이 부족한 재벌총수의 폐쇄적, 독단적 의사결정이나 무분별한 사업확장은 아무런 제제도 받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있게 된 것은 수익성과 효율성 저하였습니다. 이는 이사회, 감사 등의 내부적 감시기제와 자본시장이나 금융시장의 작동에 기초한 외부적 감시기제가 모두 부재했던 탓입니다. 또한 소유구조면에서 한국의 재벌은 내부지분율이 매우 높습니다. 재벌총수의 주식지분만을 고려한다면 그 비중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재벌총수는 가족, 친지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과 계열기업간 상호출자라는 수단을 이용하여 소수의 지분만으로도 계열기업 전반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권과 통제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재벌은 총수가 소수의 핵심기업의 주식보유를 통해 지배권을 확보하고 이들 기업이 계열기업에 출자함으로써 총수의 지배권이 확장되는 소유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유구조는 취약한 기업지배구조와 결합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증가시켰습니다. 소유와 경영을 총괄하는 재벌 총수의 영향력은 막대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30대 재벌의 94년 총매출액은 2백49조원으로 우리나라 GNP의 82%를 넘는다고 합니다. 특히 삼성 현대 대우 LG 한진 등 5대 재벌이 GNP의 54%를 점합니다. 정말 5대 기업이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경제력이 집중되어버린 상태에서 것입니다. 그리고 이 소유구조는 기업소유자간 지배권 점유의 형평성과 민주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재벌 총수 외에 기업지분을 공동 소유하고 있는 소액 주주 및 기관투자가 등 다수의 외부 주주들의 지분이 전혀 지배권에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이처럼 심각한 문제들을 야기하는 재벌기업들을 어떻게 해야 할 것입니까?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혁이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까? 현실적인 문제점들은 또한 무엇입니까?1960년대의 은행국유화 이후 금융을 산업정책의 주요한 수단으로 하여 경제를 성장시켜 나아가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정책대출, 금리규제 등 금융자원에 대한 통제에 기초하여 재벌들을 성장시켜 왔으며 금융자원의 할당과정에서 수출목표량 등의 다양한 기준을 통하여 시장 대신 재벌들을 규율하였습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재벌의 성장과 금융제도의 변화는 더 이상 재벌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규율이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을 낳게 되었습니다. 비록 불완전하였지만 80년대 중반 이후 전개된 금융자율화는 정부가 재벌을 통제하고 규율하는 가장 핵심적인 수단을 사라지게 만들었으며, 주식시장의 성장, 그리고 재벌에 의해 통제되는 제 2금융권의 성장 등 재벌의 자금조달방식의 변화는 이전시기와 같은 재벌에 대한 정부의 통제를 불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80년대 중후반 이후 재벌이 급속히 성장하여 해외의 자금을 정부의 보증없이 직접 조달할 수 있게 되고, 재벌은 정부로부터 더욱더 자율적이고 독립적이 되어 갔습니다.이렇게 정부 - 재벌관계가 변화하고 국가의 재벌에 대한 통제력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율성을 상실한 금융기관은, 정부가 재벌의 파산을 막아줄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정경유착과 재벌계열사간의 상호지급보증 등에 기초한 재벌에 대한 편중대출을 심화시켰고 재벌에 대한 외부적 감시기능을 전혀 행사하지 못하였습니다. 또한 내부적으로 취약한 기업지배구조를 지닌 재벌들도 정부에 대한 상대적인 힘의 우위와 압도적인 경제력에 기초한 막대한 대출에 기반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