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토르소를 읽고

목차

줄거리
독후감

본문내용

이 책의 제목인 토르소는 미술용어로서 목, 팔, 다리 등이 없는 동체만의 조각작품을 지칭한다. 책의 표지에 적혀있는 글귀에선 이 토르소를 ‘남아 있는 흉상으로 더욱 절실한 언어를 만들기 위해 모가지도 두 팔도 잘라내는 무서운 단죄를 내려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렇듯 파괴의 구도로 이루어져있는 토르소는 끊임없이 자신을 고행하며 상대남자에게 맞추기만 했던 이 책의 주요인물 중 하나인 한나와 그 모양새가 닮은 듯하다.
상냥하고 사려심 깊은 남편인 승재와 단련한 가정을 꾸리고 있던 그녀는 이한경의 등장으로 인해 평화로웠던 삶에 커다란 파도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결국 그 파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침몰당해 가라앉고 만다.
어째서 그녀는 그녀를 한번 버렸던 이한경에게 계속해서 휘둘려야만 했을까? 승재가 말한 대로 그를 통해 이한경에게 통렬한 복수를 할 수는 없었던 걸까? 질타하는 나은을 향해 한나는 그저 “내 마음이 그렇게 이끄는 걸 어떻게 하니.”라며 도리어 자신의 뜻대로 사는 삶이 진정한 삶이 아니냐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그녀 자신은 자신의 뜻대로 살았기 때문에 행복했을까? 적어도 자살로 마무리된 그녀의 삶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언젠가 들었던 ‘여자는 사랑에 빠지면 눈이 멀어버리지만 남자는 자신의 앞가림은 다한다’라는 말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한나와 상대남자들의 모습을 옮겨놓은 듯하다. 오직 사랑만을, 단지 사랑만을 갈구했던 한나! 그래서 그들에게 합당한 사랑을 받아냈던가. 정복자인 그들은 순순히 자신을 내주는 한나에게서 너무나도 쉽게, 너무나도 빨리 등을 보인다.
오히려 (불륜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나은과 Q의 관계가 더 바람직해 보인다. 사랑법에 무엇이 바람직하고 바람직하지 않겠느냐 만은 적어도 한나의 일방적이고 수동적인 사랑보다는 나은의 홀로서기를 각오한 능동적인 사랑법이 관계를 좀 더 오래 지속시킬 수 있지 않을까. 어느 날 문득 한나처럼 한 남자에게 완전히 기대고 싶어 하는 자신을 발견한 나은이 무심코 Q에게 기대려는 시늉을 한 순간 그녀와 Q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는가?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