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독후감] 파괴와 구원의 경계에서 - 에우리피데스 [메데이아]

소개

"[A++독후감] 파괴와 구원의 경계에서 - 에우리피데스 [메데이아]"에 대한 내용입니다.

목차

I. 서론
1) 왜 다시 메데이아인가: 고전 비극과 오늘의 독자
2) 읽기 경험과 문제의식: 사랑의 잔해, 정의의 형상, 공동체의 균열

II. 본론
1) 신화에서 비극으로: 콜키스의 공주가 아테네의 무대에 오르기까지
2) 이방인·여성·주술사의 교차 정체성: 폴리스 밖에서 폴리스를 흔드는 자
3) 사랑의 정치학: 계약과 배신, 욕망과 계산의 기하학
4) 말의 힘과 침묵의 전략: 설득, 독백, 합창대의 윤리
5) 모성의 역설: 아이 살해 장면이 던지는 윤리적 난제
6) 신의 개입과 기계 장치: 태양신의 마차와 책임의 문제
7) 정의와 법의 충돌: 개인의 복수와 공동체의 질서
8) 현대적 독해: 가부장제, 타자화, 주체성의 재구성

III. 결론
1) ‘차가운 불’로서의 메데이아: 사랑 이후의 주체
2) 개인적 공감과 거부감 사이: 비극이 남긴 응시의 과제

본문내용

1) 왜 다시 메데이아인가: 고전 비극과 오늘의 독자
『메데이아』를 다시 읽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고전은 언제 우리를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소포클레스의 비극이 운명의 불가피성을 응시하게 만든다면, 에우리피데스의 비극은 인간의 욕망과 이성, 사랑과 권력이 꼬인 매듭을 끝까지 손으로 더듬게 만든다. 특히 메데이아는 ‘악녀’라는 낙인과 ‘피해자’라는 명목 사이를 왕복하며 독자를 끊임없이 흔든다. 남편 이아손의 배신 앞에서 그녀가 선택하는 방법은 관습적 도덕을 폭파하는 방식인데, 그 폭발의 잔해가 단지 개인들의 파국에 머물지 않고 폴리스의 균열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나는 이 작품을 정교한 정치 드라마로도 읽게 된다. 다시 말해, 메데이아는 사적 감정의 파국이 공적 질서의 균열을 폭로하는 순간을 응축한 존재다.
고전 비극을 읽는 일은 오래된 언어를 통과해 현재의 언어로 귀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귀환의 과정에서 나는 ‘정의’라는 단어가 얼마나 쉽게 폭력으로 돌변할 수 있는지, ‘사랑’이라는 말이 얼마나 빠르게 권력의 계산으로 치환될 수 있는지 반복해서 확인하게 된다. 메데이아의 분노는 단순한 히스테리가 아니라, 배제된 타자가 스스로의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선택한 극단의 수사이며 행위다. 이 급진성 때문에 작품은 지금도 낯설고, 그 낯섦 때문에 지금도 필요하다.
2) 읽기 경험과 문제의식: 사랑의 잔해, 정의의 형상, 공동체의 균열
이번 독서는 세 개의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첫째, 사랑의 잔해가 어떻게 폭력과 정치로 재편되는가. 이아손과 메데이아의 관계는 단지 로맨스의 파탄이 아니라, 남성 중심의 계약 사회에서 감정이 어떤 방식으로 거래되고 소모되는지 보여준다. 둘째, 메데이아가 말하는 ‘정의’의 형상은 무엇인가. 그녀가 주장하는 정의는 전통적 도덕과 윤리의 언어로는 쉽게 포섭되지 않는다. 아이들을 죽이는 선택은 그 어떤 상대적 고통의 평균값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 바로 그 불가능성 때문에 작품은 정의의 언어 자체를 의심하게 만든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