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울수록 사람을 더 채우는 말 그릇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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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의 책은 말을 단지 입에서 나오는 소리로 보지 않게 만든다. 말의 근원에는 마음이 있고, 마음을 담아 두는 그릇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 그릇이 비좁으면 말은 쉽게 넘치고, 오래 쌓인 침전물이 많으면 말은 탁해진다. 반대로 그릇을 씻고, 공간을 만들고, 덜어내면 말이 맑아지고 상대가 들어올 자리가 생긴다. 책을 덮은 뒤에도 머릿속에는 그릇이라는 이미지가 떠나지 않았다. 나는 최근의 대화들을 떠올리며 그릇을 점검하게 되었다. 어떤 순간에는 말이 너무 빨리 흘러나왔고, 어떤 순간에는 침묵을 두려워해 빈말로 채웠다. 그런 습관이 관계를 편안하게 만들기보다 벽을 세웠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저자는 말재주가 화려한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느껴지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어진다고 말한다. 화려한 표현을 늘어놓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상대 앞에서 마음을 추스르는 일, 말이 나가기 전 숨 한 번 고르는 일, 감정의 온도를 낮추는 일이 대화의 품질을 바꾼다. 그동안 나는 말할 내용만을 준비했고, 마음의 상태는 대화와 별개라고 여겼다. 책을 읽고 나니 준비의 절반은 마음을 다스리는 쪽에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흥분한 채로 입을 열면 문장 구조와 어휘가 아무리 정교해도 듣는 쪽은 불편함을 먼저 느낀다. 결국 말의 앞자리는 마음이 선점한다.

그릇을 넓힌다는 말은 추상적 표현 같지만, 책은 구체적 실천을 권한다. 과거 경험에서 튀어나오는 반응을 알아차리고, 지금 눈앞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려는 태도를 반복하라고 권한다. 익숙한 패턴을 알아차리는 일은 쉽지 않다. 누군가가 날카롭게 말했을 때 곧장 방어하거나, 조언을 서둘러 꺼내거나, 잘못을 변명하는 패턴은 오래된 생존 습관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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