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훼절류 서사의 변개 양상과 그 의미

소개글

｢강릉매화타령｣과 ｢배비장전｣은 ｢지봉전｣ · ｢정향전｣ · ｢종옥전｣ · ｢오유란전｣ 등의 정남훼절류 고전소설을 비교하여 쓴 리포트입니다

목차

1. 머리말
2. 정남훼절류 설화와 야담: 위계적 질서에 대한 대항
3. ｢배비장전｣과 ｢강릉매화타령｣: 비공식 문화의 난장
4. 한문소설에서의 전환: 사대부의 이중규율
5. 맺음말

본문내용

유사한 소재와 구조로 이루어진 정남훼절류 서사는 설화, 야담, 판소리, 국문 및 한문 소설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되며 오랫동안 인기를 구가했다. 누군가를 음모에 빠뜨려 망신을 준다는 서사의 기본 골격이 형성하는 대결 구도로 인해, 이 유형의 서사들에는 대체로 위계적이고 권위적인 공식적 세계 질서에 대항하는 비공식적인 하위문화(들)의 목소리가 투영되어 있다. 그러나 그 성격은 특정 장르의 향유층에 따라 달라지는 바, 사대부-남성을 주독자층으로 가진 한문소설의 경우 정남훼절류 서사의 저항적이고 반위계적 성격이 탈각되고 대신 지배계급의 생활규율인 이중규율의 담론으로 변형되는 모습 또한 볼 수 있다.
정남훼절류 문헌 설화와 야담의 경우 한문으로 채록되는 과정에서 이미 한 차례 검열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위계적 지배 질서를 강조하는 지배층에 대한 저항이 상당 부분 남아있다. 여기서 주로 기생으로 대표되는 하층 계급의 인물은 고통 받는 자신의 동료를 구하거나, 혹은 공식 세계의 통제 밖에 있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능동적으로 망신주기의 음모를 계획하고 실행한다. 반면, 구전되던 이야기가 필기 작품으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이 유형의 이야기를 여색에 대한 경계 담론으로 치환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기도 한다.
국문소설 ｢강릉매화타령｣과 ｢배비장전｣은 ｢지봉전｣ · ｢정향전｣ · ｢종옥전｣ · ｢오유란전｣ 등의 정남훼절류 한문소설들과 매우 유사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내적 의미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먼저 ｢강릉매화타령｣은 공식 세계에서는 표현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 육체성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민중적 축제 현장의 문학적 형상화라 할 수 있다. 주인공 ‘골생원’이 외형적으로도 장애가 있는 인물로 그려지는 것은 그가 비공식 문화에 포섭된 존재라는 표식이며, 그런 그에게 모욕을 가하는 과정에서 모든 수직적 관계는 수평적인 것으로 변모한다. 이와 같은 양상은 ｢배비장전｣에서도 나타난다. ‘배비장’은 공식 사회의 규범으로 무장한 인물로, 그런 그를 격하시키고 발가벗김으로써 인습의 허위성을 폭로하고 위계적 질서를 해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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