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감상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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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마음에 스치는 문장들이 있다. 시구를 조각내어 이해한다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그렇다. 사랑했던 자리가 모두 폐허였던 어떤 문장이 그러했고, 이 철부지를 대충 사랑해 보기로 했던 어떤 날이 그러했다. 시가 어려운 것은 부분이 아닌 전체가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사랑을 노래하던 문장은 모여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한이 된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논리 없는 문학에서도 건재하다.

이러한 오류를 경계하면서도 나는 기형도의 문장에 빠져든다. 분명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았을 때 더 큰 의미를 갖고 있을테지만, 그럼에도 나는 따로 떼어낸 기형도 시의 한 행을 사랑하게 된다. 이것이 기형도가 가진 힘이다. 기형도의 시에는 분명히 사랑할만한 문장들이 존재한다. 드물지 않게 빛나는 문장들은 기형도의 시가 가진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를 사랑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의 난해한 문장들은 동시에 시를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문학은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짐으로서 문학의 자격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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