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마 동숙(詩魔 同宿) - 이규보 작품 감상 -

소개글

이규보의 시와 산문을 읽고, 개인적인 감상과 분석을 쓴 글입니다.
특히 개인적인 감상을 원하시는 분들께 많은 도움을 줄것같습니다~
이규보의 다양한 작품을 엮어읽은 글이기 때문에 기말레포트나 작가/작품 개인레포트로도 좋아요~

작가 일생 및 소개
<시벽 詩癖>, <구시마문 驅詩魔文>
<준명 樽銘>, <국선생전 麴先生傳>, <용풍 慵諷>, <이상자대(異相者對)>, <답석문 答石門>

목차

없음

본문내용

얼마 전 외국 영화를 보러 갔는데, 영화를 보는 도중 깔깔거리며 웃는 몇몇 외국인과 달리 주변의 한국인은 그저 묵묵히 앉아있었다. 미국식 유머코드가 한국인의 정서에 그다지 맞지 않았거나 번역된 자막만으로는 그들의 표현이 맛깔 나게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한문학의 맛과 멋도 이와 같은 처지가 아닐까. 한문학 작품은 소위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어렵고 고리타분한 것으로 치부되어 도서관에서 터줏대감마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고등학교 동안 한문학은 시험문제로 맞닥뜨리기 급급하여, 감상하기도 전에 물 흘러 가듯 흘려 보낸 한문학 작품이 어디 한 두 개이겠는가. 남아있는 수천, 수만 편의 한문학 작품에서 누구의 작품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많은 망설임이 있었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이규보를 다시금 되짚어보고자 했다.
고려시대 대문호이자, 백운거사(白雲居士)로 불리는 이규보(李奎報 1168~1241)는 현대인에게 매우 친숙한 인물이다. 그는 ‘천년 뒤에 물려줄 만한 시 못 지었’다고 자조했지만, 가장 방대한 규모의 개인 시문집을 낸 사람이기도 하다. ‘백운거사’라 칭한 그는, 변화무쌍하고,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하였다.

<중 략>

처음 이 시를 접했을 때, ‘어? 무얼 말하고 있는 거지?’와 같이 마치 수수께끼나 스무고개를 하는 것만 같은 기분마저 든다. 무엇을 논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언뜻 ‘너’로 인해 사람이 뱃속에 넣을 수 있어 좋은 반면 덜어내지 못해 넘어가 좋지 못하다. 심지어 한자로 덩그러니 적혀있는 제목을 마주하면 오히려 더 미궁에 빠지고 만다. 이 작품은 ‘술통에 새기다’라는 뜻의 <준명 樽銘>이라는 시이다. 주지하다시피 이규보는 술을 굉장히 가까이 하며 좋아했던 사람으로, <국선생전 麴先生傳>에서 술은 “임금께 괴로운 일이 있을 때에도 국성(淸酒)이 들어가 뵈면 그때는 크게 웃었다”라고 말할 정도로 이규보에게 사랑 받는 존재이다. 술은 흥을 돋우기도 지친 위로하기도 하며 사람의 애환을 달래주지만 도가 지나친 순간, 독으로 변하는 변화무쌍한 존재이다.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동이는 비게 되지만, 사람의 뱃속은 또 다른 술동이가 되고 만다.

참고 자료

『조물주에게 묻노라』, 김상훈·류희정, 보리,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