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과 지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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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의 권위가 쇠퇴하고 지방 호족들이 성장하게 되는 통일 신라 말기에 이르러 중국에서 전래한 선종(禪宗)이 성행하면서 한국 불교는 교종과 함께 선종이 발전하였다. 선종은 이후 구산선문(九山禪門)으로 정리되어 교학 불교 체계와 구별되는 양상을 띠었다. 선종은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 깨달을 수 있는 주체인 불성이 있으며, 깨달음은 바로 자기 마음속에서 오는 것일 뿐 다른 곳에 있지 않다고 강조한다[直指人心見性成佛]. 스스로 수행을 통한 주체적인 자아의 완성과 해탈을 주장한 것이다. 특히, 선종은 교종이 깨달음을 얻는 도구에 지나지 않는 경전에 지나치게 얽매이는 점을 비판한다. 그래서 경전에 쓰인 문자에 집착하지 않고[不立文字] 경전의 가르침과는 별도로 전수된 것을 깨닫는 것[敎外別傳]이 중요하다고 여겼으며, 스승과 제자가 대면해 마음에서 마음으로 법을 전하는 것[以心傳心]을 중시하였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선종의 문헌은 대장경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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