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 『그대가 본 이 거리를 말하라』
- 최초 등록일
- 2013.10.25
- 최종 저작일
- 20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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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거리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있다. 첫사랑과 처음 갔던 커피숍에서부터 유학가기 전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던 거리의 벤치까지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거리에 이야기를 담기 시작하면 그 거리는 예전에 거리가 아니다. 거리의 벤치는 나무를 잘 다듬은 구조물이 아니라, 그녀와 이야기하며 살짝 처다봤던 틈이고, 노란 물결이다. 나는 이야기가 많은 구 도심이 좋다. 최신가요가 판을 치는 세상에 이야기도 최신일 필요는 없다. 얼마 전부터 이야기 꺼리 꾹꾹 눌러 담은 세종로에서부터 갖 구어낸 따끈따끈한 강남까지 별모양 닮은 커피숍이 우리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만큼 개인만의 공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거리의 벤치가 사라진 도시는 우리를 따뜻하고 편안한 커피숍으로 안내한다. 건축가는 도시를 설계하지만, 그 도시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은 그 안에 살고 있는 시민들이다. 시민들이 갈 곳을 잃고 커피숍으로 향한다. 그것이 화려한 광고판으로 덕지덕지 화장한 도시 거리보다 편안하기 때문은 아닐까?
“인사동에는 가로수도 심고 벤치도 놓아, 쉬어도 돈 내고 쉬라는 식의 상업주의를 잠재워야 한다. 지구 저쪽 편에서 온 나그네들에게 쉼터 하나 내주지 않는 야박함이 우리의 전통이던가. 주머니는 비었어도 가득한 마음을 나눠주던 것이 우리의 전통 아니던가. 전통은 보여주는 객체가 아니고 우리가 살아오고 우리가 사는 방법이다. 그러기에 살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거리의 전통찻집이 많은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70년대는 분명 ‘커피 한 잔 시켜놓고 그대 오기를 기다려’ 보는 다방의 시대였다. 커피도 마시도 녹차, 칡차, 감잎차를 부지런히 발굴하고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방법이다. 인사동 거리는 걸어다니기 위한 거리지 차분히 앉아서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는 거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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