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에게 말걸기
- 최초 등록일
- 1999.02.24
- 최종 저작일
- 199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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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타인에게 말걸기
[ 은희경 ]
등뒤에서 남에게 말을 걸 때 우리는 이름을 사용한다. 이름은 그래서 필요하다. 이름이라
는 공용어가 없다면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는 수많은 타인 가운데 그 자신이 불렸다는
것을 어떻게 알게 할 것이며, 더욱이 어떻게 그의 눈길을 자기에게로 끌어당길 수 있을 것
인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관계를 맺는 첫번째 단계로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상대방에게
자기의 이름을 대는 일인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이다. 그런데 그녀는 좀 이상하다. 남을 부
를 때 모든 사람이 하듯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하다 못해 자기가 부르고자 하는 사람이 알
아들을 만한 그 사람 방식의 언어로 부르지 않고 제멋대로 제가 지어낸 별명이라든지 저만
아는 언어로 부르는 것이다. 등을 보인 자에게 아예 말 걸기를 포기하는 나처럼 게으론 사
람은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지만 어쨌든 내가 보기에 그녀에게 늘 불운이 따라 다니는
것은 바로 타인을 대하는 그녀의 그 이상한 소통방식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는 시월 그믐날 술시에 태어났고 별자리는 전갈좌이다. 하지만 그런 것에 내 운명을 결
정지어버리는 각별한 의미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주나 점성술에 나는 별로 관심
이 없다. 다만 어떤 공교로운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이 내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를 가려
그날의 운수를 점쳐보는 버릇은 있다. 이를테면 외출에서 돌아왔을 때 내 집에서 나오는 전
화벨 소리가 복도까지 울려퍼지고 있는 경우 말이다. 서둘러 주머니에서 현관 열쇠를 찾아
끼워맞추고 돌리고 문을 열고 나서 신발을 벗고 전화기가 놓인 탁자 앞으로 급히 걸어갈 때
까지도 끈질기게 울려대는 전화 누구에게나 그런 일은 있다. 전화벨 소리가 끈질기면 끈질
길수록 점점 상대가 궁굼해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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