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지평과 지평구조

저작시기 2011.01 |등록일 2012.06.15 파일확장자어도비 PDF (pdf) | 30페이지 | 가격 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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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정보

발행기관 : 연세대학교 유럽사회문화연구소 수록지정보 : 유럽사회문화 / 7권 / 5 ~ 34 페이지
저자명 : 미셀콜로 ( Michel Collo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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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초록

이 글에서 필자는 김우창의 Landscape and Mind(생각의 나무, 2005)에 실린 동양 산수화 분석에서 자신의 지평·풍경 이론과 공감대를 발견하고동서양의 지평과 지평구조를 성찰한다. 그 성찰은 서양회화전통에서 중시되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의 풍경을 보여주는 중국과 한국 산수화를 따라, ``풍경과 산수``, ``지평과 지평구조``, ``거리와 대기 전망``, ``지평과표상``, ``풍경과 시``, ``경험과 표현``이라는 소주제로 전개된다. 풍경과 산수 유럽 예술사에서 지평은 관찰자의 관점과 소실점의 관계에 바탕을 둔전망의 창출과 연관되며 지평선은 관찰자의 시각장이 갖는 한계를 그린다. 반면 동양화의 공간 조직은 시각과 기하학 법칙에 바탕을 둔 전망의 구축과는 무관하다. 동양화의 공간은 특정 관찰자의 시각장으로 축소되지않고 무한히 확장된다(겸재 정선, <夏景山水圖>). 관점은 고정되지 않고 유일한 대신 출렁이기 때문에 지평선은 모호하게 남는다 (안견, <夢遊桃園圖>). 또한 관조자는 그림 바깥에 자리잡고 전지전능한 시선으로 광경에 질서를 부여하는 서양화 풍경 속 주체와는 달리, 풍경의 한 요소로, 풍경에 잠기고 흡수된 듯 그려진다(겸재 정선, <金剛全圖>). 이처럼 동양화가 보여주는 흔들리는 공간, 무한한 공간은 관점과 소실점의 서구식 변증법이 구축하고 경계 설정하는 공간과는 다르다. 그러나 바로 그 점에서 동양 산수화는 현대프랑스 풍경의 지평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지평개념의 쟁점들과 일치하는 사유형태를 드러낸다. 그것은 서구 전통을 지배하는 것과는 다른 풍경 구상과 미학을 제시한다. 지평과 지평구조 현상학의 지평개념은 본질적으로 환원 불가능한 인간 경험을 해명한다. 이 글에서는 지평 개념의 특징 가운데 공간 지각에 관여하는 것들을 조명하면서 동서양 풍경 예술의 쟁점을 해명코자 한다. 이는 지평이 보편적인인류학적 구조 라는 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지평과 관점의 상관관계로 인해, 풍경은 주체 바깥에 머무는 객관 광경이 아닌, 인간과 세계의 상호작용의 산물로 규정된다. 주체와 객체의, 안과 밖의 전이공간인 것이다.풍경의 지평은, 후설에 따르면, 가장 미세한 사물의 지각까지도 지배하는 보편 법칙을 드러내는 특수한 경우에 지나지 않는다. 그 지평에서 어느 순간 지각하게 되는 것은 그 일부 양상일 따름이며, 주체의 정신이 그것을 이중 지평에 다시 놓을 때 풍경은 완성된다. 지평 개념은 후설이 제시하는 사물의 내재지평과 외재지평을 통해 그 의미가 확대 변화된다. 사물의 내재지평은 지각 주체가 사물에 대해 취할수 있을 모든 관점들로 이루어지며, 그것은 사물이 자신을 둘러싼 대상들과 유지하는 관계들로 이루어진 외재 지평으로 배가된다. 외재지평은 사물의 여백에 은연히 현전하는 관계들로 이루어진다. 경험에 주어진 모든사물은 내재 지평뿐 아니라 더불어 주어진 사물들의 무한히 열린 지평이 기도 하다. 지평은 풍경 또는 사물의 일부만을 보여주며 풍경과 사물에 항상 자리이동이 가능한 잠정적인 윤곽만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지평은 폐쇄가 아니라 열린 경계이다. 지평의 이중구조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것을, 확정된 것과 확정되지 않은 것을, 유한과 무한을 긴밀히 연결한다.예술가와 시인을 풍경의 지평으로 이끄는 것은 사물의 외재지평이 드러내는 모호하고 무궁무진한 여백이다. 풍경의 지평은 예술가의 상상력을 부추겨 지각계의 이면을 형상화하게 한다. 말하자면 지평은 서구 풍경의 동양이라 하겠다. 거리와 대기 전망: 풍경 너머의 풍경 한편 동양 풍경은 전망이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지평 구조를 구축한다. 대부분 산수화에서 흐리게 지워져 있는 지평선은 바로 그 흐릿함으로 서구에서 풍경의 지평에 연결시키는 멀어짐 효과를 키운다. 동양화는 풍경일부를 지우거나 은폐하는 안개나 구름 그리고 중국 전통회화 기법인 삼원법을 통해 깊이 효과를 창출한다. 삼원법이 동일 화폭 속에 뒤섞여 나타나는 경우, 그 효과는 서양예술의 ``대기 전망 perspective atmospherique``과 유사한 기법에 견줄 만 하다. 그 기법들은 유한과 무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확정된 것과 확정되지 않은 것 간의 생동감 넘치는 관계를 생성하며, 후설이 분석한 지평의 이중구조를 연상케 한다. 그 기법 덕분에 풍경은 단순히 외부 광경이 아닌, 참된 지평이 된다. 참된 지평이란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곳이며, 그 내부의 울림으로 가치를 지니게 되는 곳이다. 풍경은 관조자에게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울림을 주며 ``정경``이 된다. ?모든 풍경은 영혼의 상태 ?(아미엘)라는 유럽 낭만주의자들의 확신은 동양의情景交融과 그렇게 통한다. 풍경에 의미를 주는 것은 감수성의 각성이다. ``易經idee scene``이 암시하듯, 풍경의 의미는 감각 경험에 각인되어 있다. 메를로 퐁티의 ``지평의 관념성 idealite d``horizon``, 곧 ?감각계의 상반물이 아 닌 관념, 감각계의 내면이자 심연인 관념?은 易經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지평과 표상 일부 서구 풍경 예술은 전통 표상의 질서를 벗어나 있다. 중세기말 세밀화가 시도하는 원경효과,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사용한 스푸마토 기법이 그러하다. 18세기 이전까지 지평은 고전주의의 영향하에 ``경계의 개념``,``무엇을 한정 짓는 것``, ``우리의 시각이 끝나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18세기에 프랑스 문학에 ``경계 없는 지평`` 또는 ``무한한 지평``과 같은 표현이 등장한 것은 풍경을 느끼는 감수성에 일어난 심층 변화를 뜻한다. 그 변화는 특히 숭고 미학의 출현과도 연관된다. 프리드리히 G. D. Friedrich 의 회화 속 풍경에 빨려 드는듯한 등장인물의 광경은 풍경과 하나 되는 인간을 그린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이러한 작품이 불러일으키는 감동은 개인 감정의 표현만은 아니다. 풍경은 전망과 표상 법칙을 벗어낸 정경이 되면서 개인 감정은 우주차원과 보편적인울림을 얻게 된다. 유럽 화가들이 점차 형상 작업에서 등 돌려 추상으로 넘어가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풍경을 소재로 작업하면서였다. 빛과 분위기를 표현하며 추상화의 경계에 이른 터너 Turner와 인상주의자들, 쿠르베Courbet 또는 스트린버그 Strindberg의 풍경 속 지평, 그리고 몬드리안Mondrian과 니콜라 드 스타엘 N. D. Stael이 이끄는 20세기 유럽의 추상풍경주의로 이어져 온 추상화풍은 구상을 극도로 절제한 기법으로도 강렬한 감동을 준다. 그것은 우리의 세계 내 현전이 주는 감동, 감각적이면서도 보편적이고 거의 추상적인 감동이다. 이 작품들은 풍경을 표상하는 작업을 포기하고, 풍경 속에서 표상이 아닌, 빛과 색채의 강렬함, 구조의 잠재력 또는 머나먼 곳의 부름과 같은 현존을 탐색하면서 풍경과 인간이 서로에게 현존케 한다. 풍경과 시시인들을 지평으로 이끄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표상 불가능한 것 l``irrepresentable이다. 시인들은 그들을 감싸고 있는 풍경에 주의를 기울이는 대신, 보이지 않고 접근할 할 수 없는 어떤 다른 곳을 향해 그들을 부르는 머나먼 곳에 주의를 기울인다. 시인에게 지평은 시각경험에서 시적비전으로 넘어가게 하는 경계이다. 낭만주의 이래, 서구 시에 지평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지평이 풍경을 구성하는 가장 주관적인 요소라는 사실에 기인한다. 지평은 주체의 관점에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그것은 상상 속의 선일 뿐, 객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표상 불가능한 것에 대한 시적 환기는 무엇을 보여주기 보다는 시인 내면의 울림을 상상하고 듣게 한다, 풍경이자 마음인 것이다. 풍경으로부터 모든 것을 보여주기를 포기하면 시적 환기력은 더 커진다. 시의 여백과 침묵은 풍경 속 지평과 동일한 역할을 한다. 여백과 침묵은 그 크기만한 텅빈 공간을 마련한다. 무엇을 보여주거나 읽을 수 있도록 허여하지 않는 여백과 침묵 속에서는 모든 것을 상상해야만 한다. 시인은 논리와 통사 차원의 연결을 절제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낱말들에 함축된 다양한 해석에 열린 의미 관계들을 엮어보도록 한다. 오늘의 시는, 풍경의 경험이 그러하듯, 주체와 객체의 구분을 벗어나는 경험들을 해명하기 위해 언어의 논리구조와 단절해야 하는 상황에 빈번히 놓인다. 전통 중국시와 현대 서구시는 표현의 개별성을 유지하는 한편, 언어의 지평 구조를 구축한다는 보편성을 드러낸다. 이들 시는 말로 표현된 것과 표현되지 않은 것, 명백한 것과 함축적인 것, 일차의미와 비유의미 간의 섬세한 작용에 주의함으로써 풍경 속에서 가시태의 질서를 넘어서서 그 내재지평과 외재지평을 구축하는 것을 표현한다. 경험과 표현: 지평의 쟁점 서로 다른 두 언어와 문화의 간극 좁히기 작업이 가능한 것은 그것들에 공통된 경험들에 근거를 둔다. 풍경의 경험은 그것들 가운데 하나이다. 동양과 서양이 풍경의 경험으로부터 끌어내는 해석과 표현은 서로 다를 수 있고 다양할 수 있다. 한편 그 해석과 표현은 보편적인 심층 구조를, 가령형상과 바탕의 관계 또는 지평구조와 같은, 일반적인 ``지각 도식들``을 함축한다. 비록 동서양 문화가 풍경을 표현하고 해석하는 시각을 달리한다 해도, 지평구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풍경의 경험을 암시하는 ``지각 도식들``의 일부이다. 동양과 서양에, 회화와 시에 공통되는 지평구조의 해명은 심미체험의 감각적 바탕으로 돌아옴으로써 여러 문화와 학문분야를 관통하는 미학을 창출케 한다. 서구 현대 예술은 감각 경험을 등지고 기호의 자의성을 부각하는 실험적인 경향을 보인 적도 있다. 타당성 획득과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그 경향에 맞서 오늘날 예술가들은 경험의 근원으로 돌아와 예술과 삶의 소통을 다시 일궈야 할 필요를 절감한다. 그 노정에서 풍경을 다시 만난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늘날 풍경에 대한 관심은 예술뿐 아니라 사유영역에서도 다시 커가고 있다. 1930년대 이후 프랑스에 등장한 ``풍경 이론``에는 이 글에서 우리가 ``사유-풍경``이라고 부르게 될 것의 전제들이 있다. ``사유 풍경``은 감각 경험이 의미구축에 기여하는 몫을 재평가하고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재검토함으로써, 고전주의 철학이 빚은, 사유하는 사물과 연장하는 사물의 단절을 치유할 수 있다. 지평개념은 오늘날 주요 문제들을 해명할 수 있다고 본다. 지평개념은 인간의식과 그 주변환경을 연결하는 관계를 드러냄으로써, 가령 환경문제를 짚어보게 한다. 환경 문제는 사회 경제 차원 이전에 철학과 상징차원의 문제이다. 지평개념은 보이지 않는 차원, 정감 차원과 정신차원을 포함하는 더 폭넓은 인간환경을 제시한다. 지평개념이 제시하는 폭넓은 인간환경은 지각 환경 너머, 세계 전체로, 후설의 표현을 따르자면 ?지평들의 지평?을 향해 펼쳐진다. 이처럼 지평은 특정 장소에 정착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를 표현하는 동시에 그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인간의 능력을 표현한다. 지평은 풍경의 경계를 긋는다. 그 경계는 다른 곳의 부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경계이다. 지평은 오늘날 현대인을 위협하는 자기정체성의 폐쇄 양상과 획일화된 세계화 현상으로부터 탈피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지역, 지방또는 국가의 정체성 확인과 세계를 향한 개방을 아우르게 한다. 그 결과, 지평은 다양한 문화 간의 풍요로운 대화에 바탕을 둔 세계-내-존재의 완성에 기여할 수 있다. 오늘날 풍경은 다양한 문화가 함께 나눌 미래를 구축할 장이다. 우리가 함께 일궈나가야 할 미래는 우리의 근원이자 지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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