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가족 그리고 여성의 다중적 근대성

서지정보

· 발행기관 : 한국이론사회학회
· 수록지 정보 : 사회와 이론 / 9호 / 159 ~ 189페이지
· 저자명 : 함인희

초록

이 글은 작은 이야기의 관점에서, 한국전쟁의 와중에 가족의 삶은 얼마나 신산(辛酸)했는지, 한국전쟁은 여성의 시선에서 어떻게 경험될 수 있었는지, 나아가 전시 하에서 여성에게 부여되었던 경험의 특수성이 여성의 “다중적” 근대성을 구축해감에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지 탐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Ⅱ장에서는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 가족과 여성의 삶에 초점을 맞춘 지표들을 모아, 당시 전쟁이 가족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Ⅲ장에서는 여성의 군문 활동과 경제활동 실태를 점검해봄으로써 이들 경험이 여성 지위 및 의식과 관련해서 어떠한 함의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았으며, Ⅳ장에서는 전시하 전형적 여성 영역인 가족에서의 경험과 여성의 참여를 배제해온 군대 및 경제활동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여성의 “다중적 근대성” 형성의 단초를 추적해보았다.그 결과 전쟁은 한편으론 여성에게 금기시 되었던 유급노동의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여성 지위를 향상시켰으나, 다른 한편으론 위기 상황이 강조됨으로써 가족, 경제, 사회가 전반적으로 보수화되면서 성차별적 가치 및 관행이 더욱 강하게 지속됨에 따라 여성 지위의 하락을 초래했다 할 수 있다. 더불어 단기적으로는 일시적 위기 상황이 여성 경험의 지평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성역할을 둘러싼 전통적 분업구조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하겠다. 더불어 한국전쟁 시기 여성은 명분과 실리 간의 괴리 현상을 경험하면서 진보와 퇴보의 역설을 동시에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전시하의 여성 경험은 공식적인 목소리로 인정받지 못했고, 전쟁을 통해 특별히 강조되었던 민족주의는 여성으로 하여금 혈통의 순수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상처받은 남성의 자존심을 어루만져줄 것을 요구했으며, 나아가 전시 강간의 피해자인 여성을 비난하고 억압함으로써 여성 내부의 균열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여성에게 부여된 시민권은 가부장제적 속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기에 여성은 전통적인 성역할에 충실할 때만이 시민으로서의 보호를 받았다 하겠다. “식민지적 근대성” 형성과 그 뒤를 이어 출현한 “전시(戰時) 근대성” 사이의 연속과 단절을 규명하는 작업은 다음 과제로 미루어둔다.

참고자료

·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