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체주의의 역설

저작시기 2014.01 |등록일 2015.01.05 | 최종수정일 2015.04.23 파일확장자어도비 PDF (pdf) | 6페이지 | 가격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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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기관 :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수록지정보 : 민주법학 / 56권
저자명 : 송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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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우리나라의 중요한 선거 때마다 휴전선에서 이상한 짓들을 하여 선거 막판의 여론을 악화시키고 매번 민주정부의 등장을 방해하는 것인지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들이 늘 하는 말처럼 민족을 위해서 또는 통일을 위해서라면 진정 민족과 통일을 위한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지켜보지는 못할망정 선거의 중요한 국면에서 여론을 뒤바꿀 정도의 충격을 가하는 행동을 하느냐 말이다. 1987년 대선 때 일어난 KAL기 추락, 2002년 총풍(銃風)사건 등이 그 예이다. 이것은 지나치게 반공 일변도의 교육을 받았다가 반공교육의 영향에서 벗어나려고 하던 사람이 북한에 대해 이해를 하려 해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의 하나였다. 이후 전체주의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얻게 되었다. 유일한 정치적 이념만이 존재하는 전체주의 사회에서는 이러한 이념이 단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살아 움직이는 것이며 정치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사회·문화 등 사람들의 모든 생활의 영역에 걸쳐 지배력을 가진다. 그래서 항상 이러한 이념을 교육하고 이에 비춰 자신을 반성하고 토론하는 방식이 일반화된다. 그리고 한편으로 이러한 사회는 그러한 사회를 확장시키려는 팽창주의적 속성을 가지며 필연적으로 외부의 적을 필요로 하게 된다. 비유하자면 적(敵)그리스도 세력이 가득한 세상에 대해 항상 깨어 있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처럼 말이다. 그러나 적그리스도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순간 적그리스도를 상대로 한 조직과 싸움의 의욕은 사라지게 마련인 것처럼, 그 사회의 통제와 지배를 위해서도 외부의 적을 필요로 하는 전체주의 사회는 외부의 적이 사라지는 순간 체제 유지의 기초가 의심받고 흔들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북한의 입장에서 남한에 반공을 내세우는 정권이 수립되는 것은 어쩌면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남한의 중요한 정치적 과정에 참여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정치적 지형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되고 그것이 선거 때마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나타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핵심적 내용으로 하는 우리 헌법에서 이러한 북한의 전체주의는 당연히 배척되어야 한다. 사람이 다른 것처럼 사람마다 가지는 생각이나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마다 다른 뜻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하나의 이념에 구속되어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전체주의 사회를 휴전선에서 대면하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은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전체주의의 해악을 배척한다고 하면서도 은연중 그 해악을 받아들이고 있다. 전체주의에 대하여 다양성과 자유를 내용으로 한다고 하면서도 북한에 관련되기만 하면 어떠한 자유로운 주장도 배척되게 된다. 반국가단체인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찬양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 측면과 정도가 다를 뿐 전체 또는 다수가 취하는 입장이나 생각과 다른 것을 사회에서 축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의 반국가단체와 관련한 규제는 북한의 사상통제처럼 우리 사회의 핵심적 가치인 다양성과 자유를 훼손하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 반전체주의를 취한다고 하면서 전체주의가 가지는 위험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도 그 예이다. 이제 곧 정당해산심판이 청구된 지 1년을 맞이하게 된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통합진보당은 이미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국민들도 생각과 표현에 상당한 위축을 경험하고 있다. 반전체주의에 기초하고 있다는 제도가 전체주의가 가진 위험을 만들어 내는 꼴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남북 분단 이후 고립된 섬나라가 되었다. 바다로 둘러싸여 있지만 북쪽은 파도가 심하고 절벽이라 배도 댈 수 없는 섬. 섬나라인 일본에서는 이런 지리적 특징 때문에 화(和)의 문화가 존재한다고 말하면서도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섬나라가 아닌 것처럼 생각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는 아시아대륙과 유럽까지 이어지는 지리적 공간을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한 채 고립되어 살고 있다. 덩달아 우리의 의식도 그렇게 고립되어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특히 전체주의와 대립되는 자유주의의 이념을 취한다고 하면서도 그 고유한 덕목은 사라졌고 전체주의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런 현실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이를 정당화하는 헌법 또는 법률 해석을 정당화하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볼 일이다. 이번에 발행하는 <민주법학> 제56호에는 정당해산심판과 관련하여 한상희, 김종서, 송기춘 등이 쓴 세 편의 글을 실었다. 이는 지난 9월말부터 10월 초까지 열린 세계헌법재판회의 제3차 총회에 즈음하여 우리 연구회와 법과사회이론학회 그리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공동주최한 행사(“통합진보당 해산청구-베니스위원회 기준에 비춰본다”)에서 발표된 논문들이다. 한상희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심판사건은 87년의 민주화의 과정을 퇴행의 국면으로 전환하는 중대사건으로서 우리 사회에 여전히 반공이라는 배제의 논리가 국가폭력을 정당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편, “종북”으로 구성되는 일련의 통치술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연합세력에 의해 상례화되는 예외상태의 또 다른 모습임을 보여준다고 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48년체제로 총칭되는 헌법체제를 현재의 87년체제 혹은 97년체제와 비교하면서 이 48년체제가 일상화된 예외상태를 통한 통치술로 발현되는 양태들을 분석하고, 그 당대적 현상으로서의 정치의 사법화 내지는 사법적 정치의 과정이 가지는 의미를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사건에 비추어 천착하고 있다. 김종서는 정당의 결성과 활동에 관한 다양한 기준들을 제시해 온 베니스위원회의 정당해산과 관련 지침과 의견들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이를 기준으로 현재 진행중인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의 당부를 평가하고 있다. 그는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부의 정당해산심판청구는 다양성, 다원성을 바탕으로 구축되어야 하는 민주주의를 ‘종북’이라는 모호한 자의적·편향적 개념으로 재단한 지극히 반민주적인 조치일 뿐 아니라 모든 권력과 수단을 동원하여 반대세력을 배제하고자 하는 엄청난 폭력성이 거기에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송기춘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청구가 반공주의가 지배해 온 대한민국에서 자칫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이 있음을 지적하면서 정부의 해산청구의 이유를 상세하게 반박하고 있다지난 호에서 미처 다 게재하지 못했던 시민불복종에 관한 2편의 논문이 또 다른 특집(“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의 시민불복종”)으로 구성되었다. 이계수는 “도시민의 불복종과 도시법의 도전”에서 시민불복종이라는 자유주의적 범주를 도시민 불복종이라는 민주주의적 개념 틀로 확장하고자 하면서 불복종의 의미와 내용을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르페브르와 하비가 제시한 도시에 대한 권리, 전유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법적 방안으로 입회권과 총유의 법리, 공물로서의 도시의 법리를 전개하고 공물관리권의 근거를 따지는 의의를 살펴보았고, 소유권설의 급진적 의미를 맥퍼슨의 소유권 이론과 연결해 부각시키고 있다. 최관호는 “이적동조죄의 불법성과 불복종”에서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의 구성요건 중 ‘동조’에 해당하는 이적동조죄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이적동조죄의 주요 구성요건이 얼마나 스스로 모순인지를 밝히면서 이 규정이 형법으로서 정당성을 상실하여 복종의무를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더 이상 유지할 가치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반논문으로는 윤애림과 오길영의 글이 게재되었다. 윤애림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근로자’와 ‘사용자’”에서 그 동안 노동법상 근로자·사용자 범위에 관한 논의가 노무제공자와 사업주 사이에 근로계약관계 내지 이른바 ‘사용종속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에서 그다지 멀리 나아가지 못했다고 하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의 ‘근로자’와 ‘사용자’의 범위에 관한 최근의 판례를 중심으로, 사용종속관계를 노동법 적용의 전제로 삼는 견해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노동법의 준거점으로서의 사용종속관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고민의 출발점으로서 노조법상 근로자·사용자에 관한 대안적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오길영은 컴퓨터 또는 정보와 관련하여 국내 최고의 연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의 검토와 비판”에서 최근 입법이 가속화되고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는 이 법안이 명칭과 달리 실제 내용은 클라우드 컴퓨팅에 관하여 제대로 된 고려가 없는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단순히 공공부문에 대한 클라우드 컴퓨팅의 도입을 위한 기획입법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동 법안이 그 입법취지와는 달리 규제내용이 클라우드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로 귀착되며,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명시적 개입이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의 진흥을 저해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무릇 냉철한 논리는 머리 속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논리에 돈과 힘이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힘 없고 고통받는 이들의 아픔에 대한 공감과 불의한 것에 대한 분노가 없다면 그 논리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법관이나 재판관들이 펼치는 현란한 논리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러한 논리에 사람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 없거나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우리 민주주의법학연구회에 속한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의 길을 가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한 이유의 하나는 이들이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불의한 것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잠시 수행한 회장의 직책도 우리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원들의 따뜻한 마음과 열정 그리고 헌신 때문에 힘든 줄 몰랐다. 모든 회원들께 마음 깊이 감사드린다. 특히 연구회 일에 열성을 다하신 이재승, 오동석, 이계수, 최정학, 이호중, 김재완, 조승현, 김명연, 윤애림, 이호영, 이충은, 노현수 회원 등에게는 더욱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언제나 완벽에 가까운 책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시는 편집위원장 김종서 회원과 교정과 편집에 수고하신 박지현, 김재완, 최관호. 이호영 회원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우리 연구회의 정신적 지주이신 국순옥 선생님이 집필하신 책(가제 <민주주의와 헌법실천>, 아카넷)도 곧 출간된다. 우리 헌법학계의 보배와 같은 분의 글을 보다 많은 연구자들이 읽으면서 우리 헌법학의 지평도 더욱 넓혀질 것이다. 국 선생님의 건강과 행복을 함께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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