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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문학

환멸을 찾아서 : 제16회 동인문학상 수상작[단권/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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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원일|출판사 ebook21|출판일 2016.05.17| 등록권수 단권(완결)|장르 일반소설
윤기가 그의 고향인 강원도 북단에 소재한 이 면청 소재지의 유일한 중고등 병합 학교로 첫 발령을 받고 부임한 지난 신학기 이후 한동안 오 영감에게는 그런 버릇이 있었다. 그러나 오 영감은 결코 아들을 만나겠다고 교무실 안까지는 기웃거리지 않았다. 아니, 아들을 만날 필요로 오 영감이 학교까지 찾아오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창을 통해 이 교실 저 교실을 넘보다가 마침 아들이 수업을 맡고 있는 교실을 발견하면, 학생들이 낌새라도 챌까봐 뒤쪽창 곁에 숨어서 한동안 교실 안의 동정을, 학생과 선생의 동태라기보다 아들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수업 광경을 꼼꼼하게 살피다 돌아가곤 했다.

"아버지는 왜 별 용무도 없이 학교로 나오셔서 그렇게 교실 안을 기웃거리세요."
하고 좀 언짢은 소리를 하곤 했다. 그러면 오 영감은, 그게 뭐 어떠냐는 아주 당당한 얼굴로 아들의 말을 되받았다.
"내 말은, 내 아들이 얼메나 장하냐, 이거다. 너가 이 고장 중학교에 터억하니 부임하야 선생님이 됐다는 게 말이다. 난 배우지르 못한 한에 사무쳐 너가 아아쩍부터 제발 교육자 같은 그런 인품이 돼 줬으므 하구 늘 바래 왔거던. 그런데 효자 노릇으 하느라구 그 꿈으 이루어 준 게야. 더욱 아바이가 사는 이 제 이 고향에서 말이다. 그래서 난 우리 장한 아들이 교육자로서 어떻게 생도르 가르치나, 그게 늘 궁금해 죽겠단 말이메."
하며 함남 해안 지방의 말투로 넉살 좋게 껄껄거렸다.

문미 아버지의 뼈는 공동묘지에 묻혔고, 평소 그의 소원대로 통일이 되는 날 함흥의 가족이 찾을 수 있도록 비석 뒷면에다 고향과 부모 형제들의 이름이 새겨졌다. 남편을 묻고 내려온 날, 문미 어머니가 설운 울음 끝에 어린 세 자식에게 말했었다. 글쎄, 의사선생도 이 쇠조각을 십삼 년 동안이나 심장에 박고 살았다니, 이건 의학적으로 풀 수 없는 기적이라잖아……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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