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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려동물에 대한 상속 관련 쟁점
1.1. 연구의 목적 및 범위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고(민법 제3조), 사망으로 인하여 권리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 경우 사람이 생존하는 동안 가지고 있던 재산상의 권리와 의무에 관하여 그 사람의 사망 이후에 어떻게 처리해야 할 것인지가 문제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상속'이라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만약 피상속인이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상속을 하고자 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 민법은 반려동물을 포함한 동·식물, 무생물 등 인간 외의 존재에 대하여 "본법에서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민법 제98조)고 하여 권리의 객체로서의 물건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상속 전반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 그 가운데서 개와 고양이, 즉 반려견과 반려묘에 대한 상속을 중심으로 논하고자 한다.
1.2. 동물의 의의와 특성
동물은 고통, 스트레스, 두려움을 경험할 수 있는 지각력 있는 존재이다. 척추동물의 경우 지각력이 인정되며, 래트와 관련한 실험에서는 공감에 의한 친사회적 성향이 관찰되었다. 닭에 대한 실험에서는 감정과 공감 능력의 기본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밝혀졌으며, 개에 대한 연구에서도 부정적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무척추동물 또한 지각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한편 동물의 인지능력도 주목받고 있다. 새의 경우 신피질에 해당하는 전뇌 기능, 의사소통 능력, 도구 사용 등에서 인지능력이 확인되었다. 어류의 경우에도 협력 행동과 관련한 인지능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동물은 지각력과 인지능력을 가진 살아있는 개체이며, 이러한 특성을 바탕으로 반려동물은 인간과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며 함께 살아가게 된다. 따라서 반려동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닌 '살아있는 개체'로 새롭게 규정될 필요가 있다.
1.3. 동물에 대한 국내외 입법례
동물에 대한 국내외 입법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독일은 2002년 연방기본법의 환경보호 조항에 동물보호에 관한 내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개정하였다. 연방기본법 제20a조에서 "국가는 장래 세대에 대한 책임으로 헌법질서의 범위 내의 입법에 의하여 그리고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과 사법을 통하여 자연의 생활기반과 동물을 보호한다."고 규정하여 국가가 동물을 불필요한 고통과 상해로부터 보호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에도 연방헌법 제80조에서 동물의 보전과 사육, 동물에 대한 실험과 수술, 동물의 이용, 동물과 동물제품의 수입, 동물의 거래와 동물의 운송, 동물의 도살 등에 관하여 연방이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에 민법에 동물의 법적 지위에 관한 내용을 담은 제98조의2를 신설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된 바 있다. 이 개정안에서는 제1항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제2항에서 "동물에 대해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하여,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고 규정하면서도 별도의 입법이 없는 이상 기존의 법리를 계속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외에도 제20대 국회에서 이정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에서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된다."라는 내용과 "동물은 물건이 아니며, 별도의 법률에 의해 보호되는 한도 내에서 이 법의 규정을 적용한다."는 조항의 신설을 제안하였다.
이처럼 독일, 스위스 등 일부 국가에서는 헌법이나 민법에서 동물에 대한 특별한 법적 지위와 보호 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입법이 논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4. 반려동물에 대한 간접적 상속 수단: 펫신탁
현행 민법상 상속인이 되기 위해서는 권리능력이 있는 자연인이어야 하므로, 반려동물에게 직접적인 상속이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반려동물에 대한 상속이나 증여를 통하여 재산이 주어지더라도, 동물의 세계에서는 생존과 종족 보존이 중요할 뿐, 사람의 세계에서와 같이 돈이나 재산의 가치, 계약과 같은 것이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동물에게 재산이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동물이 자신의 재산을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펫신탁'이 등장하게 되었다. 펫신탁은 반려인이 사망 혹은 질병 등의 이유로 인하여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반려동물을 돌봐줄 수 있는 제3자에게 자금을 맡도록 체결하는 신탁 계약을 말한다.
펫신탁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반려동물의 주인이 자신을 대표로 하여 관리 회사를 설립하고 반려동물에게 남기고 싶은 재산을 사전에 관리 회사로 옮긴다. 이어 본인이 사망한 후 반려동물을 맡게 될 새로운 주인을 수익자로 하는 유언서를 작성하고 사육을 위한 신탁 계약을 체결한다. 이후 관리 회사는 새로운 주인이 반려동물을 제대로 키우고 있는지 변호사, 행정사 등 감독인을 두어 점검하고 감독한다. 이를 통해 법률에서 정한 상속이나 증여가 아닌 신탁의 형태로 반려동물을 반려인의 사후에도 돌볼 수 있도록 한다.
펫신탁은 미국을 중심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1969년 미국 위스콘신 주에서 반려동물 신탁을 주법으로 제정한 이후, 현재 모든 주에서 반려동물에게 신탁을 통해 유산을 남길 수 있게 하고 있다. 미국의 반려동물 신탁은 반려동물 보호자가 자신의 이름으로 된 생명보험을 들어 사후 생명보험금을 반려동물 신탁자금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뉴욕 주의 경우 반려동물 신탁법(New York Estates, Powers and Trusts Law § 7-8.1 Trusts for Pets)을 제정하여 활용하고 있다.
이와 같이 펫신탁은 반려동물을 돌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반려인의 사망 이후에도 반려동물의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간접적인 상속 수단이 된다. 이를 통해 반려인의 재산이 반려동물의 돌봄을 위해 활용될 수 있게 하여, 반려동물과 오랜 시간 함께 살아온 반려인의 의지를 실현할 수 있다.
1.5. 반려동물에 대한 직접적 상속을 위한 입법 방안
반려동물에 대한 직접적 상속을 위한 입법 방안"
우리나라 민법 해석상 상속인이 되려면 권리능력이 있는 자연인이어야 한다. 그러나 반려동물은 현행 민법상 물건으로 취급되어 권리능력이 없기 때문에 상속의 주체가 될 수 없다. 하지만 반려동물에 대한 상속이나 증여는 해외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는 사례이며, 우리나라에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상속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반려동물에 대한 상속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을 물건이 아닌 별도의 존재로 인정하는 입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법 제98조를 개정하여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동물은 별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