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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와 영화 「꽃잎」 비교
1.1. 머리말
소설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1988년에 『문학과 사회』여름호에 발표되어 작가 최윤에게는 그를 등단하게 한 최초의 작품이며, 영화 「꽃잎」은 5.18 민주화항쟁을 정면으로 다룬 최초의 한국영화로 당시 큰 주목을 받은 작품이다. 이 영화는 장선우 감독에게 제 41회, 42회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최우수작품상과 제 26회 로테르담 국제 영화제 KNF 특별 언급상을 수상하게 한 작품이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는 그 시간적 제약 때문에 그 내용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주제 의식이 변화하기도 하고 개연성 부족으로 인해 그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분량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영화의 시간적 제약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영화 「꽃잎」은 주제 의식과 그 내용에 있어서 원작인 소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지 않다. 하지만 두 텍스트 간에도 등장인물이나 사건들이 차이를 보이고 있고, 문자언어 서사물과 영상언어 서사물의 특성에 따른 차이점도 있다. 따라서 소설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와 영화 「꽃잎」을 비교해 보려고 한다.
1.2. 소설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
1.2.1. 줄거리
공사장 주변에서 남자를 발견한 소녀는 무작정 그를 오빠라 부르며 쫓아간다. 남자는 자신을 쫓아오는 소녀를 강간하고 폭행하지만, 거칠게 유린당해도 저항하지 않는 소녀의 무반응과 침묵에 남자가 느낀 것은 해소도 쾌락도 아닌 일종의 두려움이었다. 소녀와 동거하게 된 남자는 자신의 좁은 숙소 한 귀퉁이에 둥지를 튼 소녀를 바라볼 때마다 폭행의 욕구가 격렬하게 솟아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자신도 어쩔 수 없는 무력감과 분노로 소녀를 폭행한다. 하지만 어느 틈엔가 소녀의 아물지도 않은 상처를 통해, 모든 의미가 비어버린 실성한 웃음을 통해, 흔적이 없이 지워져 버린 인격의 모든 부재를 통해 점점 더 자세히, 점점 더 강한 증폭과 깊이로 그녀가 겪었을지도 모르는 소문의 도시 전체를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녀와 똑같이 되어, 그녀 속에 들어가 그녀의 망가진 곳을 고쳐주고 싶어 한다. 소녀는 두고 온 집과 죽은 오빠와 구멍 뚫린 엄마에 대한 꿈을 계속 꾼다. 대학에 다니다 군대에 간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죽었다. 그리고 양복 입은 아저씨들이 찾아와 엄마에게 하얀 봉투를 전해준 그 날 이후 엄마는 이상해졌다. 어느 늦은 봄날, 외출하는 엄마를 보면서 소녀는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엄마를 따라나서고, 이내 사람들의 물결이 파도처럼 일렁이던 거리에서 구멍이 난 채 죽어가는 엄마를 바라보게 된다. 바로 그 순간, 엄마의 손을 떨쳐내기 위해 엄마의 팔을 짓밟고 있는 소녀 자신을 발견한다. 그것은 소녀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었다. 이러한 죄의식은 소녀로 하여금 스스로를 검은 휘장으로 감싸고 고통과 폭력을 저항 없이 받아들일 뿐 아니라 자해하도록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싶었던 것이다. 결국 소녀는 자신을 미치게 만든 그 날의 일을 오빠에게 털어놓기 위해 오빠를 찾아 떠돈다.
1.3. 소설과 영화의 차이
1.3.1. 시점 - 소녀의 독백과 영화의 장면
소설 『저기 소리 없이 한 점 꽃잎이 지고』는 여러 시점을 통해 전개되어 간다. 전지적 시점, 남자의 시점, 소녀의 1인칭 시점으로 전개되다가, 오빠의 친구들인 "우리"의 시점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시점의 변화는 소설의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준다. 이는 광주 항쟁과 그 이후의 남은 자들의 모습을 여러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여 그들의 내면 의식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모든 대화적 요소들도 서술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소설은 그들의 내면세계를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해준다. 특히 소녀의 독백은 소녀의 내면세계를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도 전지적 시점과 "우리"의 시점 그리고 소녀의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특히 소녀의 1인칭 시점에서 소녀의 독백을 나레이션이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표현하고 있지만, 그보다 소녀의 기억을 흑백화면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는 소설에 비해 소녀가 겪었던 광주 항쟁의 참상을 이미지를 통해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소설은 광주 항쟁의 장면을 소녀의 독백을 통한 설명에 그치지만, 영화는 흑백화면을 통해 현장성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그 영상에서 군부의 학살은 애국가를 신호로 시작되게 함으로써, 애국가를 신호로 자기 나라 국민들을 학살하는 국가 권력의 모순을 잘 표현했다. 소녀의 죄의식에 따른 실성 상태는 영화에서 섬뜩한 영상으로 제공된다. 기차에서 흉악하게 변해버린 자신과의 대화 끝에 유리에 머리를 받아버리고 기절하는 장면과 무덤 앞에서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몸을 좌우로 흔들다 쓰러져 엉엉 우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정도로 이정현의 신들린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1.3.2. 장면 - 소설과 영화의 장면의 차이
소설과 영화의 장면의 차이는 주로 시점과 표현 방식의 차이에서 나타난다. 소설은 여러 시점을 통해 사건을 전개하는 데 반해, 영화는 주로 소녀의 1인칭 시점과 제3자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특히 소녀의 기억을 흑백 화면으로 보여줌으로써 소설보다 광주 항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표현하고 있다.
소설은 소녀의 독백을 통해 내면세계를 잘 드러내지만, 영화는 소녀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웃어대는 장면으로 소녀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어 다소 부족한 면이 있다. 소설에서는 소녀의 독백을 통해 그 웃음의 이유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이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소설에서는 소녀가 추석 때 오빠 온다고 엄마와 함께 사 온 자줏빛 원피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