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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젠더 데이터 공백과 그 영향
1.1. 경제적 측면의 젠더 데이터 공백
젠더 데이터 공백은 수천 년 동안 존재해온 사고방식의 산물이어서 그동안 크게 주목받지 못했으나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더욱더 수면 위로 도드라졌다. 정부는 코로나로 악화된 경제를 살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발맞춘 경제 부흥정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한국형 그린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그린 뉴딜 정책 중에서도 가장 핵심은 '디지털 뉴딜'이다. 돌봄 산업까지 디지털 돌봄과 돌봄 로봇 등으로 대체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서 철저히 여성은 배제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로 제일 타격을 많이 받은 직종은 여행업, 숙박업, 요식업 등도 있지만, 대부분 여성 집중업종이 제일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8일 공개한 '코로나19 1년 여성 노동자 일자리 변동 현황' 조사 결과 3,007명 중 20.9%인 629명은 자신이 지난해 3월부터 11월 사이 퇴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즉 여성은 5명 중 1명꼴로 실직을 경험했으며, 그 밖에도 15.5%는 단축 근로, 3.3%는 무급휴직 등 총 31.1%의 여성이 코로나 탓에 일자리 타격을 받은 것을 알 수 있다. 그중 7.2%(217명)는 다시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13.7%(412명)는 여전히 실업 상태이다.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라면 위와 같은 대면 직종 집단을 고려한 정책을 내놓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는 IT 직종에 예산 투자를 늘려 코딩 및 파이썬을 가르치는 교육과정을 취업과 연계시키는 정책을 내놓으며 마치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 모두가 개발자가 되어 실업을 해결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여성이 집중된 직군을 충분히 고려해서 만들어진 올바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
데이터가 모여 빅데이터가 되고, 빅데이터는 정보가 되어 지식적 통계를 만드는 기본 바탕이 된다. 그리고 정책은 이러한 통계를 참고해서 수립된다. 이와 같은 단계를 생각해보면 여성은 아예 데이터 수집 단계에서 배제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결국 한국형 그린 뉴딜 정책은 정부가 전혀 여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회의 기본 값이 남성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4차 산업혁명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건지, 위와 같은 정책을 살펴보면 여성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1.2. 가정폭력에서의 젠더 데이터 공백
코로나 이전과 마찬가지로 가정폭력 관련 경찰청 통계에서 성별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로 집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한국에서 젠더 데이터 공백의 심각성을 나타내고 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20년 112에 신고된 가정폭력과 데이트 폭력 건수는 19만 4,150건에 달하지만, 실제 입건된 가정폭력 사건은 5만 227건에 불과하다. 18년도에도 접수된 가정폭력 사건 24만 8,660건 중 입건은 4만 1,720건밖에 되지 않았다. 이처럼 가정폭력과 데이트 폭력에 대한 신고가 극히 일부만 통계에 포함되는 상황에서도 가장 기초가 되는 정보인 '성별 분리' 통계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가해자와 피해자의 성별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에 따라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