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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포스트모더니즘은 1980년대 후반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한 사조이다. 이는 당시 한국 사회의 집단적·개인적 전 영역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이 무엇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구하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단일한 운동이나 경향이 아닌 20세기 중반부터 나타난 여러 현상들을 포괄적으로 지칭한 용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절대적인 개념규정을 하기에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대상이거나, 단일한 정의를 허용하지 않는 다양성과 모순적 가치가 공존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20세기 후반의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사조이며, 인간과 세계를 파악하는 독특한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이해는 현대 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이는 문학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80년대 이후 고도 산업사회화와 민주화를 경험한 한국 사회에서 포스트모더니즘적 관점이 문학에 반영되는 추세이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의 개념과 핵심 용어를 알아보고, 한국 문학에서의 포스트모더니즘적 경향을 시와 소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2. 포스트모더니즘과 한국문학
2.1. 한국 문학에서 포스트모더니즘적 경향
한국 문학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력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 김영승, 박남철, 이승훈, 장정일, 하재봉, 함민복, 황지우 등의 시인들이 포스트모더니즘적 경향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이들 시의 특징은 주로 기존 권위에 대한 전복을 시도하는 패러디, 시적 형식의 해체, 일상적 소재의 나열과 시적 주제의 약화, 시에 드러나는 시인의 목소리를 통한 자기 반영성 등이었다.
포스트모더니즘 시의 구체적인 특성으로는 자발성, 개성, 자연성, 개방성이 있다. 첫째, 자발성은 모더니즘의 인위적인 형식성, 압축된 형식성을 비판적으로 계승한 것이다. 둘째, 개성은 모더니즘 시가 시인과 시적 화자의 단절을 통해 몰개성을 강조한 것과 대조된다. 셋째, 자연성은 시의 소재로서의 자연이 아닌 일상적인 정서와 경험을 소재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개방성은 모더니즘 시가 형식의 완결성을 강조한 것과 달리 탈구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장정일의 「김춘수의 꽃을 변주하여」는 기존 작품인 「꽃」을 패러디하여 현대 사회의 가벼움과 놀이화를 드러내고 있다. 또한 김진경의 「(국민교육헌장)」은 당시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풍자하는 패러디 작품이다. 황지우의 「그리고 세월은 간다」는 신문, 잡지, 라디오 보도 내용을 편집하여 도시인의 일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한국 시에서도 포스트모더니즘적 경향이 두드러졌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한국 소설에서도 포스트모더니즘적 경향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작가로는 이인화, 하일지, 최수철 등을 들 수 있다. 이인화의 「나는 누구인가」는 여러 텍스트를 혼성모방한 작품으로, 단일한 주체를 부정하고 있다. 하일지의 「경마장 가는 길」은 통속 연애소설의 형식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