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의 작품 세계의 결정판은 『특성 없는 사나이』라 하는데, 이 작품을 읽지 않았기에 내가 읽은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과 『세여인』만으로는 그에 대한 평가는 뒤로 미룰 수밖에 없다 ... 퇴를레스의 이야기는 사춘기를 겪는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 소설 속 공간은 현실 공간을 그대로 따른듯하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인물들의 행위는 상당히 알레고리로 쓰여 져 있어서 매우 낯설고 특이했다.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을 읽고 슬픈 색깔은 과연 어떤 색깔일까. 서술자는 작품의 배경을 이루는 시간과 공간에 대해 흐릿하고 힘이 없으며 생기가 없이 기계적이라고 서술한다. ... 바이네베르크와 라이팅과 퇴를레스, 이 세 사람은 그들만의 공간인 학교의 창고와 다락창고의 존재를 알고 있다. ... 그 공간을 자기들의 모험심에 맞게 꾸민 것을 퇴를레스는 반항, 은밀함, 환상, 우스꽝스러움으로 느껴 좋아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