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를 인용한 광고
- 최초 등록일
- 2006.12.09
- 최종 저작일
- 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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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오규원의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 등 여러 시인의 작품을 패러디 해서 광고화한 것을
나타낸 것입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14:20분. 광고회의는 아침 10시부터 계속된다. 출입문 구석에 놓인 중화요리 그릇 더미 틈사귀로 짜장면 방향이 탁자 위에 구겨진 이불처럼 몸을 포갠 키스 신들 위로 덮친다. 男女 주인공을 暗刻한 문안을 낸 朴氏는 일찌감치 지친 尹氏의 귓속으로 아리랑의 열반 무늬를 들여보낸다. 李部長은 거 뭐 짜릿한 거 없어를 연발하며 두 다리를 탁자 위로 올린다. 건대 학생 데모 사건에 연루된 아들 소식이 궁금한 朴氏는 집으로 전화를 또 한다.
―「NO MERCY」 부분
광고가 우리 시의 문맥에 등장하는 것은 오규원의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에서부터가 아닐까 생각한다. 오규원은 언어로써 언어를 초월하려는 현대시의 정신을 보여준 시인이다. 언어에 대한 기존관념을 파괴했고, 독특한 유머 감각으로 질서의식을 초월했던 시인으로 기억한다. 초현실주의에 입각, 이드와 에고의 세계를 자유롭게 왕래하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이 시집을 내면서 물신이라는 거대한 괴물이 이 사회를 덮치는 것에 주목한다.
`양쪽 모서리를 함께 눌러주세요` 나는 극좌와 극우의양쪽 모서리를 함께 꾸욱 누른다
따르는 곳 ↓극좌와 극우의 흰 고름이 쭈르르 쏟아진다.
빙그레!나는 지금 빙그레 우유200㎖ 패키지를 들고 있다빙그레 속으로 오월의 라일락이서툴게 떨어진다.
―「빙그레 우유 200㎖ 패키지」 부분
해태 들菊花──
해태 들菊花──
꿀벌이 껌을 꺽꺽 씹으며
날아간다
들菊花 만발한 안산 동부지구
監視哨의 그늘을 파랗게 뚫으며
풀들
침을 영혼에 넘기는 소리
―「해태 들菊花」전문
선언 또는 광고 문안
단조로운 것은 生의 노래를 잠들게 한다.
머무르는 것은 生의 언어를 침묵하게 한다.
人生이란 그저 살아가는 짧은 무엇이 아닌 것.
문득──스쳐 지나가는 눈길에도 기쁨이 넘쳐나니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CHEVALIER
―「가끔은 주목받는 生이고 싶다」 부분
외양은 광고의 시적 수용임에 틀림없지만 이 3편의 시에는 모두 우리의 현실이 투영되어 있다. 「NO MERCY」를 보면 영화수입사의 의뢰를 받은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 몇 사람이 영화 카피를 뽑는 회의를 여는데, 그 광경이 시가 되었다. 그런데 시 속의 현실을 보면 근육질의 남우 리처드 기어와 섬유질의 여우 킴 베신저가 나오는 할리우드 영화와는 딴판으로 건대 학생 데모사건에 연루된 아들과 장티푸스에 걸린 아내가 나온다. 「빙그레 우유 200㎖ 패키지」는 곽에 든 우유를 개봉하여 마시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우리 사회의 흑백논리를 비판하고 있는 작품이다. 「해태 들菊花」는 껌 선전에 빗대어 분단 상황의 아이러니를 들려주고 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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