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문]윤대녕의 신라의 푸른 길 비평문

소개글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현대소설론 레포트입니다.
레포트의 조건은 경주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었습니다.
소설가 윤대녕의 1995년 작 「신라의 푸른 길」을 주제로 하여 쓴,
비평문입니다. 혹은 감상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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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소설가 윤대녕의 두 번째 소설집 《남쪽 계단을 보라》에 수록된 단편 「신라의 푸른 길」은 미묘한 느낌이었다.
소설은 주인공 ‘나’가 스스로를 ‘투구게’처럼 갑갑하게 느낄 무렵 서울을 벗어나 경주로 향하고, 거기서 거슬러 올라가 삼척에 있는 삼촌을 만나러 간다는 내용이다. 언뜻 보면 서른 넷을 먹은 남자의 갑작스런 여행, 혹은 외출치고는 다소 심심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는 보통의 필부와는 다르다. 시사 주간지의 말단기자 신분에 언제든 무단결근을 하는 것이며, 아내 홀로 일본 유학을 보낸 점, 한 달 넘게 연락도 없는 아내를 걱정하지도 않는다는 점,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한 여자를 향해 추파도 아닌 특이한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점 등 말이다. 이렇듯 이 작품은 주인공의 독특한 내면과 성격을 기반으로 독백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소설의 발단은 ‘나’가 보고자 하는 두 부처님에 있다. 하나는 경주 토함산에 있는 석굴암 본존불상이고 다른 하나는 아직 살아있는 삼촌이라는 존재다. 그에게 삼촌은 주기적으로 만나야만 하는 생불이다. 삼촌 앞에서만큼은 도시 생활의 온갖 스트레스와 열등감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쉰 살이 다 되어도 ‘동자꽃’ 같은 삼촌은 대학에 강의를 나가는 안온한 삶을 버리고, 돌연 동해 삼척에 둥지를 튼다. “바다 앞에서 율무를 심겠다.”는 삼촌의 각오는 그에게 일종의 탈속의 경지로 여겨진다.
한편 그에게 있어 삼촌은 《삼국유사》속의 처용을 연상하게 하기도 한다. 처용은 또한 화자의 내면을 상징한다. 아내를 유학 보내고 소식조차 기다리지 않는 자신을 두고 그는 처용과 동일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스스로를 처용의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삼촌은 그가 닮고 싶어 하는 일종의 이상형인 셈이다.
이런 그가 강릉행 버스에 올랐을 때, 우연히 한 여자와 동승하게 된다. 여학교의 음악교사이자 가정적인 남편은 둔, 그리고 마리아 칼라스와 아베코보의 소설을 읽은 여자. 그녀는 친정아버지의 병간호를 하고 강릉 시댁으로 향하는 길이라고 한다. 그런 그녀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친정아버지의 병간호는 전혀 힘든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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