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용악의 시세계
- 최초 등록일
- 2006.05.15
- 최종 저작일
- 2006.05
- 8페이지/ 한컴오피스
- 가격 1,500원
소개글
이용악의 시세계
목차
Ⅰ. 들어가며
Ⅱ. 해방 이전의 시
Ⅲ. 해방 공간의 시
Ⅳ. 나오며
본문내용
누가 우리의 가슴에 함부로 금을 그어 강물이
검푸른 강물이 구비처 흐르느냐
모두들 국경이라고 부르는 삼십팔도에 날은
저무러 구름이 뫃여
물리치면 산 산 흩어졌다도
몇 번이고 다시 뭉쳐선
고향으로 통하는 단 하나의 길
(중략)
모두들 국경이라고 부르는 삼십팔도에
어둠이 내리면 강물에 들어서자
정강이로 허리로 배꿉으로 모가지로
막우 헤치고 나아가자
우리의 가슴에 함부로 금을 그어
구비처 흐르는 강물을 헤치자
-<38도에서>
이 시는 국경 아닌 ‘국경’, 즉 38도선의 비극을 노래하고 있다. 38도선이 일시적 구분선이 아니라 영구적 분단선이 될 줄을 이 시의 시적 주제는 미리 간파했다. 암담하고 폐쇄적인 전망으로 가득찬 이 시는 국토 분단에 대한 분노, 그것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을 제시하면서 새로운 국경이 결코 예사롭지 않음을 암시해 보인다. 38도 근처에 모임 ‘구름’이나 저물은 날의 어두운 이미지가 시인의 절망적 심정을 잘 드러낸다. 38도선은 ‘고향으로 통하는 단 하나의 길’을 막고 있는 음험한 장벽이다. 만주서 온 귀향이민들에겐 이는 반드시 허물어 버려야 할 벽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한 결단이 필요한데 이 결단은 위기를 동반하는 것이기에 ‘밤’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민족 본연의 생명력을 가로막는 ‘검푸른 강물’을 헤쳐 나가고자 하는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다. 시적 주체도 ‘나’가 아닌 ‘우리’로 확대되고 청유형 어미 ‘자’의 반복적 기능을 통해 민족 내부의 연대감을 더욱 공고히 한다. ‘우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함부로 그어진 38도선을 강한 결단으로 항의하고 부딪혀 보는 시적 주체의 태도는 차라리 비극적이다. 이러한 비극은 냉혹한 현실에서 오는 것이며 또한 전후 미․소 구도 속에 겪지 않으면 안 되는 약소국가의 슬픔이기도 했다. 38선 철폐에 대한 ‘민족의 비원’ 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함을, 그러나 쉽사리 이루어지지 못할 것임을 이 작품은 말해주고 있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