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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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여행할 때 비행기, 기차, 택시, 호텔 등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서비스에 대해 일침을 가하고 있다. 또 도둑맞은 운전면허증을 재발급받는 방법을 비롯하여 행정적이고 관료적인 처리와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에 대해 웃으면서 화내고 있다. 이 외에도 사용 설명서를 따르는 방법, 포르노 영화를 식별하는 방법, 인터넷에서 섹스를 찾는 방법,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 공공도서관의 체계를 세우는 방법 마음에 안 드는 머리 모양을 한 아들의 친구 녀석들, 음식물 흘리기를 강요하는 비행기 기내식, 거스름 돈을 준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만국의 택시 운전사들, 인디언은 어떤 수를 써서라도 백인 기병대에게 질 수밖에 없게 만드는 서부 영화, 등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가 가득했다.
하지만 제2부 성조기, 제3부 카코페디아 발췌 항목, 제4부 내 고향 알렉산드리아는 모르는 단어도 많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너무 많아서 책장을 넘기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충분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 움베르트 에코는 서문에 이 책은 패러디의 성격을 지닌 것과 그저 순수한 재미를 위해서 쓴 글이라고 밝히고 있다. 패러디와 순수한 재미라면 가볍게 웃고 흘러 버릴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결코 그렇지 않다. 생각을 이끌어내고는 되새김질을 하게 만드는 것 같다. 때론 황당하기까지 하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움베르토 에코 식의 화법이 참 부러웠다. 주변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느라 내 자신을 잘 표현하지 못하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움베르토 에코처럼 자기 자신을 충분히 표현하며 개성 넘치는 내가 되고 싶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정신적인 평화를 유지하기 힘들다. 사람사이의 신뢰감이나 유대감에 대한 확신도 없다.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겠으나 에코는 일상생활에서 웃음을 찾으라고 권하고 있는 것 같다. 넉넉하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이야말로 진정 필요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상 곳곳에 숨겨진 웃음보를 건드리며, 익숙한 것을 낯설게, 엄숙한 것을 우습게 만들었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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