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임철우- 등대
- 최초 등록일
- 2005.09.27
- 최종 저작일
- 20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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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은매는 내 누나였다. 바보 누나. 내가 은매를 누나라고 부른 것은 그녀가 죽기 사흘 전이었다. 은매는 나에게 거추장스러운 누나였다. 말도 못하고, 언제나 사고를 치고. 은매는 그저 똥오줌만 가릴수 있는 아기와도 같은 존재였다. 은매 때문에 나는 친구들과 놀지도 못했고 언제나 은매를 보면 마음만 답답했다. 그런 은매가 나 때문에 엄동설한에 몸이 꽁꽁 얼고, 결국에는 죽고야 말았다.
나 때문이었다.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나는 나 때문에 은매가 죽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내가 은매를 집에 남겨두고 놀러가지만 않았어도 은매는 죽지 않았을 것팅다. 은매를 찾아 온 동네를 쏘다니다가 얇은 내복 차림의 은매를 발견했을 때 은매는 거의 죽어있었다. 새파랗게 얼어버린 은매를 업고 나는 얼마나 뛰었던가. “누나, 죽지마” 하며 나는 그 때 처음으로 은매에게 누나라고 불러보았다. 가엾은 내 누이.
목차
Ⅰ. 기억의 서랍
Ⅱ. 눈사람 가족
Ⅲ. 작별
본문내용
책을 읽으면서 계속 눈물이 고여 있었다. 처음엔 그저 한 소년의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물론 성장소설 특유의
주인공 ‘나’ 의 이야기인 이 소설은 간결한 문장과 따뜻한 어투로 만들어져 있다. 태어났던 섬을 떠나 광주로 와서 5년 동안 판자촌 늴리리 동네에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무언가 특별한 사건들이 담긴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저 1970년대 가난한 우리네 이야기를 담고 있었지만 그저 아무런 이야기는 아니다. 내 마음속에 잔잔히 퍼지는 이야기. 그것이 『등대』다. 등대라는 제목을 보고, 소설을 보고, 왜 이 책의 제목이 등대인지 알게 되었다. 캄캄한 바다 속을 헤매고 있는 배들을 위해 밝은 빛을 비춰주는 등대. 이 책도 그런 등대다.
총 3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주인공 철이의 소년기로부터 청년기에 이르기까지의 성장 과정과 아버지와 철이의 화해를 그려내고 있다.『등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사건들을 통해서 가난한 삶의 애환과 상처를 어루만진다. 하지만 더 이상 철없는 꼬마의 낙관적이고 밝은 분위기는 지속되지 않고, "늘 떠나가는 수많은 것들의 뒷모습만을 지켜보며 살아온" 청년의 고독한 음영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래서 인지 사랑의 아픔이나 엇갈림에 대한 추억이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등대』의 기억은 자신의 성장 과정을 되돌아봄으로써 상흔을 지우고 성숙한 청년으로 성장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딴살림을 차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 아버지의 부재에 따른 정서적인 결핍감, 은매 누나의 죽음에 대한 죄의식, 학교에서의 터무니없는 매질, "맹물에 사카린만 타 넣은 멀건 국물에 맨 국수를 헹궈먹는" 지독한 가난, 어머니의 병과 죽음, 가엾은 신문배달 소년에게 가해진 잔인한 대우는 "온 세상이 우리를 버렸다는 생각, 아무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을 거라는 절망감, 증오심" 등 뻑뻑한 기억의 서랍에는 황량한 풍경의 사진 몇 장이 들어 있다. 『등대』는 과거의 고통을 응시할 줄 아는 용기를 시험하는 통과제의이자 한 소년의 성장하고 성숙하는 과정, 기록이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