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상문] 피아니스트를 보고
- 최초 등록일
- 2005.03.16
- 최종 저작일
- 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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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피아니스트’가 홀로코스트를 다룬 여타 영화와 다른 것은, 역사를 바라보는 담담한 시선이다. ‘피아니스트’의 주인공은 오스카 쉰들러처럼 영웅적인 사람도 아니다. 이 영화에는 감동적인 연설도, 가슴을 적시는 희생담도 없이 오로지 살아야겠다는 욕구만이 그려진다. 1939년부터 1945년까지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의 유대인 강제 거주 지역인 게토를 떠돌며 숨어살았던 피아니스트 스필만의 삶에서 영화는 인간성이 말살된 상황에서도 끝까지 남아 있는 생존에의 욕구를 무정하리만치 집요하게 바라보며 지루할 정도로 담담한 시선으로 따라간다.
피아노 연주로 뭇 사람을 감동시켰던 촉망 받는 예술가가 자존심과 명예를 잃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설설 기어 다니며 먹을 것을 갈망하고 구걸하는 상황은 관객으로 하여금 연민을 일으키게 하면서도 엄숙함을 느끼게 한다. 살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처절하며 숭고한 것인지를 별다른 정서적 과장 없이도 보여주는 것이다.
스필만에게 예술은 목숨처럼 중요한 것이었지만 그의 예술은 다른 사람을 구제해주지 못한 대신 단 한 사람, 자신의 목숨을 구제하는데 쓰여졌다. 도피 생활 말기에 나치 장교에 발각된 그는 직업이 뭐냐는 장교의 질문에 우물거리며 피아니스트라고 대답한다. 장교의 명령으로 피아노 건반을 잡은 스필만이 연주를 시작하자 그 나치 장교는 무언가 감동을 받는다.
멀리서 도시를 폭격하는 전쟁터의 소음이 들리는 가운데 이뤄진 이 기이한 연주, 연주자와 청중이 한 명뿐인 연주회는 무언가 잔인한 느낌을 준다. 마침내 살아남은 스필만이 전쟁이 끝나고 소원대로 바르샤바의 방송국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는 마지막 장면에서 감동을 받기 힘든 것은 왜일까? 그의 고귀했던 예술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위한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 되었다. 오히려 그가 독일군 제복을 입어서 독일군으로 오해를 받고 총격을 받는 장면은 바보스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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