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 '쉬리', 또는 히드라의 정치학

목차

1. 헤라클라스 ― 감상적인 너무나 감상적인.
2. 계몽주의와 멜로 드라마
3. 문화의 논리, 상품의 논리

본문내용

1. 헤라클라스 ― 감상적인 너무나 감상적인.

거리와 광장으로 쫓겨 나간 시대. 사적 공간에서 훼손된 영혼을 공적 공간에서 치유해 보려는 수많은 인파들. 아버지는 자살하거나 아들의 손가락으로 역경을 속이려 하고, 어머니는 남편 몰래 생명 보험을 들어 불순한 미래를 꿈꾸기도 하고, 자식들은 매일같이 길거리를 기웃거린다. 이들의 가정을, 믿음을, 희망을 짓밟은 자는 누구인가. 그것은 어느 날 갑자기 쳐들어온 식인 공룡이 아니던가. 내쫓긴 자들은 자신들의 불안과 공포를 영화관이라는 신성한 제전에서 풀어헤치려 한다.
[쉬리]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이미 영화 미학의 차원을 넘어서 사회 현상에 대한 관심의 표명을 의미한다. [고질라]를 한 손에 때려눕히고 이제는 [타이타닉]마저 영영 바다 속으로 가라앉히는 중. 박찬호와 박세리가 야구와 골프를 의미하기보다는 그 자체로 우리 민족의 저력을 상징하듯이 [쉬리]는 국민적 승리감으로 내면화된다. 골리앗의 정수리를 명중시킨 다비드의 돌멩이처럼 한 편의 영화가 승전보를 알리고 있는 셈이다. 관중들은 할리우드라는 거인을 때려 눕혔다는 성취감에 마음껏 취한다. 이렇게 작은 영웅 [쉬리]는 느닷없이 쳐들어온 공포를 단숨에 물리치고 우리의 가정과 사회가 평안하다고 안심시킨다.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