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 떠도는 넋의 공간정치학,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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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홍콩. 신문사 기자인 '차우(양조위)'와 무역회사 비서인 '리첸(장만옥)'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한 아파트로 이사를 온다. 이 둘은 서로 비슷한 처지의 인간들이다. 차우의 아내는 직장 일로 매일 늦게 귀가하고, 리첸의 남편은 사업 때문에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이들은 외로운 사람들이다. 이 두 명의 남녀는 각자 아내와 남편이 없는 빈방을 지키며, 또는 국수와 만두를 혼자 먹으며 쓸쓸함을 달랜다. 시장으로 향하는 어두컴컴한 계단, 아파트의 좁고 침침한 복도, 그리고 온기(溫氣)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방. 이러한 공간 이미지는 차우와 리첸의 스산한 내면 풍경에 대한 알레고리로 작동하고 있다. <동사서독>이 망망한 사막의 허전함을 프레임 안에 채워 넣음으로써 인생의 허무 의식을 표출했다고 한다면, <화양연화>는 밀폐되고 비좁은 협소 공간을 통해 단절된 인간 군상을 그려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왕가위는 공간을 내면화시키는 인상파 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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