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 - 낙화
- 최초 등록일
- 2018.02.04
- 최종 저작일
- 20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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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달이 사라진 밤이었다. 비는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고, 하늘은 빽빽하게 구름으로 가득차 있었다. 구름이 달빛을 모두 감쌌고, 하늘은 검은 천막을 덮어놓은 듯이 더욱 깜깜했다. 축축하고 습한 공기가 나의 기분 역시 축 가라앉게 만들었다. 장마였다.
바깥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자리로 돌아와서 나는 숨을 크게 한번 들이마신 후 떨리는 손으로 조금은 구겨진 편지봉투를 꺼냈다. 오늘 아침 학교로 나서기 전에 1층 계단 옆 거울로 얼굴을 확인하다, 내 뒷 쪽으로 우편함에 담긴 봉투더미들이 눈에 들어왔다. 부모님께서 맞벌이로 바쁘시다보니 우편물들이 어느새 한가득 쌓여 있었다. 하얀 우편물들 중 유난히 밝은 하늘색 봉투가 눈에 띄었다. 이끌리듯 꺼내보니, 놀랍게도 나에게 온 편지였다. 보낸 이의 이름을 본 순간 정신이 잠시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떨리는 두 다리에 겨우 굳게 힘을 주어 제대로 서려고 노력했다. 오랫동안 내 마음 속에서 나를 뿌리째 흔들던 그 아이였다.
학교에 도착하고 나서도 그 편지에 모든 신경이 쏠려, 아침부터 수업시간 내내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하루 종일 정신 못차리고 우울해하고 있는 내게 인성이가 다가왔다. “괜찮아? 어디아파?” 하고 물었고 나는 응.. 그냥 머리가 좀 아파. 하고 힘없이 책상에 엎드렸다. 더 이상 건들지 말아달라는 느낌을 받았는지 인성이는 걱정스럽게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 편지를 당장 뜯어보고 싶었지만, 마치 금단의 상자를 연 판도라처럼 내게 쏟아지는 모든 것을 감당하지 못할까봐, 조금은 분위기가 차분해지는 자습시간까지 기다렸다. 그때는 내게 쏟아지는 홍수같은 감정들을 내가 조금은 더 태연히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자리에 돌아와 앉자마자 내 예상과는 다르게 편지봉투에 적힌 그 아이의 익숙한 글씨체를 보는 순간부터 나는 무너져 버렸다. 그 때의 일이, 그 감정들이 다시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것 같았다.
고등학교 2학년, 유난히 더운 여름이었다. 방학식이었는데, 아무도 들떠있지 않았다. 어차피 일주일 후면 다시 보충수업을 하러 학교에 나와야 한다는 걸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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