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소설 - 선긋기
- 최초 등록일
- 2018.02.04
- 최종 저작일
- 20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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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유치원 놀이터에서 한 아이가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분필을 빨아먹고 있었다. 아이는 아마도 유치원 선생님일 어른에게 제지당해 분필을 토해냈다. 어째서 분필을 먹지 못하게 하는 걸까. 세상에는 분필이 너무나 필요한데도 말이다. 닭살 커플이 오더니 지리를 묻는다. 너희들의 분필로는 너희들끼리만 선을 그리렴. 나도 처음이라고 대답한 뒤에 생각했다.
인간은 정신으로 선을 그으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세계에는 예절, 상식, 유행 등의 수많은 선들이 이미 존재한다. 새로 선을 그으려는 사람은 자신이 들어본 적 없는 선들을 어기지 않도록 조심해야한다. 이미 그어진 선을 조금이라도 잘못 따라 그린다면 그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게다가 내 노력을 상대와 흥정해야한다. 상대가 선을 받아들여도 유지비용으로 정신을 계속해서 짜내야한다. 이처럼 어이없이 불합리한 선긋기는 사회에서 인간관계라는 이름으로 대성황중이다. 어째서 이런 피곤한 일에 다른 사람들이 열중하는지, 이해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성가신 노동이다. 나는 유대감이니 친밀감 따위를 느끼려고 정신에서 분필을 뽑아내려고 몸서리 칠 바에야, 선긋기를 송신하지 않는 편을 택하리라. 어쨌든 인간관계란 정신을 빨아먹는 선긋기싸움이라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학교에 내가 세상의 주인이라는 특별강좌를 알리는 현수막이 높게 걸려있었다. 현수막을 지나니 취업특별강좌 현수막과 포스터가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신성한 학교에서 하는 말은 공무원학원과 똑같다. 취업하셔야지요. 물론 먹고 살아야지. 단지 고등학교처럼 책임 없음을 내세우는 꼴이 약간 화가 난다. 웃긴 표어를 보아서 약간 현실을 야유하고 싶어졌다. 내가 세상의 주인이라는 표어처럼 세상의 참맛을 느낄 표어도 없을 것이다. 유쾌하고 기만적이다. 너는 세상의 주인이 아니고 도망칠 장소도 없다. 영원히 뫼비우스의 띠 같은 고상한 장소가 아니라 운동장을 멍청하게 한 인생이라고. 그리고 나는 삶에 대해 불만족스럽게 여기고 웃지 않으면 괄시 당하는 세계에 살고 있지.
신장개업. 네 가게 앞에 꽃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지금 막 들어서는 내가 손님이 아니라 너는 약간 슬플까. 네가 불고기용 양념이 담긴 유리병들을 문가에서 치울 동안 멍하니 입간판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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