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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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유토피아’라는 말을 사용한 지는 꽤나 오래되었으나, 이 말이 유래하게 된 토마스 모어의 소설 『유토피아』를 읽은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토마스 모어는 16세기 초에 이 소설을 썼으니 내가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거의 400년을 뛰어넘는 나와 모어의 심리적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토피아’를 통해 만난 모어와 나는 대화를 느끼기도 전에 그 이상 국가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이 소설속의 ‘유토피아’는 실현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이상 국가이다. 만인이 평등하며, 모두가 도덕적이고, 책임감 있고 유능한 정치가들에 의해서 진정으로 민주적인 정치가 행해지는 국가. 나는 소설 속 라파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얼굴이 붉어졌다. 책장을 넘기는 손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현재로서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극소수의 법률만을 가지고 있는, 이론적으로나마 존재하여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이상국가인 ‘유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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