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전통 발제문(서평포함)
- 최초 등록일
- 2014.10.06
- 최종 저작일
- 20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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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전통들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예전부터 어렴풋이 해왔던 필자는 전통 만들기의 역사가 놀랍지는 않다. 그러나 한국사를 전공하면서 수많은 사료(史料)의 바다와 선학들이 이루어 온 연구업적과 관심 주제에만 빠져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던 지난날을 비추어 보니, 그동안 만들어진 전통에 대해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갖게 된다.
『만들어진 전통』은 1983년, 에릭 홉스봄과 비슷한 연구를 하고 있던 역사학자들이 참여한 공동의 결과물로 출판되었다. 이 책에 수록된 전통에 대한 일련의 연구는 196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문화연구’가 1980년대에 문학, 인류학, 사회학, 정치학, 역사학, 여성학, 심리학 등 거의 모든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양적·질적 팽창을 보이던 유행 속에서 이루어졌다. 따라서 이 책도 이러한 문화연구의 유행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도와 아프리카의 사례가 함께 수록된 것을 통해 당시 문화사 연구가 공간적으로도 확대되고 있었던 연구경향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문화적 전환으로서의 역사학’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진다. 첫째, ‘규모의 동질적 역사’를 탈피하고 ‘질적 차별적 역사’를 지향한다. 둘째, 과거를 해독하고 기록하는데 있어 인류학적 혹은 민족지학적 방법을 채택한다. 셋째, 서민적이며 민주적인 역사서술을 지향한다. 넷째, 기존의 정치사나 사회경제사를 대체하려는 역사의 점령군이 아니라 대안적인 물음과 해석을 제시하는 ‘또 다른 역사’라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발명된 전통’들은 영화에서 흔히 보는 유럽 궁정의 복식이나 대단히 복잡해 보이는 의식이 전통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것이 불과 200년도 채 되지 못한 것을 여실히 드러낸다. 어떤 것은 100년도 되지 않은 전통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그 전통 들에는 범접치 못할만한 대단한 의미가 부여되어있다. 한국의 ‘만들어진 전통’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전통문화연구소의 말을 빌리자면 전통은 ‘근대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권력’이다. 어떤 전통이 만들어진 배후에는 권력과 이익집단의 다양한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있다.
참고 자료
에릭 홉스봄 외 지음, 박지향 외 옮김,『만들어진 전통』, 휴머니스트, 2004.
임형택 외 지음,『전통, 근대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권력』, 전통문화연구소, 인물과사상사, 2010.
육영수,「역사학의 ‘문화적 전환’: 서양적 기원과 한국적 전유」『역사민속학』14,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