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문학에서의 기억과 망각의 싸움
- 최초 등록일
- 2013.07.04
- 최종 저작일
- 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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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여든의 나이에도 새 산문집을 출간하고 “신이 나를 솎아낼 때까지는 이승에서 사랑받고 싶고, 필요한 사람이고 싶고, 좋은 글도 쓰고 싶으니 계속해서 정신의 탄력만은 유지하고 싶다.”라고 밝힌 박완서 선생은 올해 1월 22일 갑작스런 부음을 받았다. 그는 근년 산문들을 통해 노년을 의식하며 점점 다가오는 이승과의 결별을 예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초가을 떨어지는 잎사귀를 보며 “저렇게 사뿐히, 뒤돌아보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헤어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수필, 노년)라며 육신의 고통과 세속의 미련 없이 죽음을 맞이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박완서는 우리 시대의 대표적 국민작가로 떠올랐다. 그는 우리 시대의 평균적 한국인들이 실제 삶 속에서 겪었음직한 생활연실의 세목을 그들이 실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묘사했다. 물론 민주화 투쟁이나 외환위기 등 시대 현실에 발맞춰 그것을 문학에 담아야 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그의 문학의 진정한 성취는 50년, 60년 전의 과거에 속한 지난날의 사건과 경험들을 그 시간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오늘 이 현실의 불가결한 일부로 절실하게 살려낸 데 있다. 따라서 그의 문학은 동시대의 국민들 다수가 공감하고 애호하는 공공의 자산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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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역사전기 비평은 작품을 한 시대의 소산으로 본다. 즉, 작품이 만들어진 그 시대의 문화에 대한 표현으로서, 그리고 당대 시대와 사회의 반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본문에서도 박완서 작가의 작품들이 이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할아버지와 엄마의 모습을 통해 전통적 가치관과 가부장적 질서가 시대의 변화 속에서 변화하는 모습이라던가, 격동기 불안 속의 여주인공의 시선을 통해 6.25 당시의 역사의 부조리와 참혹의 풍경, 비극의 생활상을 실존적 체험을 바탕으로 심도 있게 증언하고 있음을 잘 지적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중년기 이후의 시대현실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박완서 작가는 50~60년 전의 먼 시간적 거리를 가진 사건을 우리가 실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절실하게 살려낸다. 나아가 그 현실 속에서 어떻게 자기와해와 위험을 막고 정체성을 지키는가의 문제의식을 던지며, 인간이 추구할 적극적 목표의 평화가 대의나 이념이 아닌 사소한 것에, 생활 속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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