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즘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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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를 맞는 우리의 문학은 과거 어느 때와도 유다른 격동의 시대를 겪고 있다. 지난 80년대 말의 민족문학 논쟁이 현실운동의 일시적 고양에 힘을 얻어 민족문학 이념의 재정립에 주력한 것이었다면, 리얼리즘에 관한 최근의 논의는 현실의 격변에 직면한 문학의 응전력을 근본부터 다시 천착해나가는 의미가 크다. 그런만큼 윤지관의 말대로 "국내외적 변화의 물결은 문학으로 하여금 다시 한번 우리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와 현실극복의 전망을 세워야 할 리얼리즘 고유의 과제 앞에 서게 한다"는 상황인식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아무튼 현재의 상황은 이전의 리얼리즘 논의에서 알게 모르게 당연시되어온 문학이념과 방법조차 재검토를 불가피하게 만든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관한 논란도 그 중에 하나이다, 지금까지 세계문학의 큰 흐름에서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그에 대한 입장 여하를 떠나 어떻든 새로운 체제의 성립과 함께 독자적 존립의 의의를 인정받아왔다. 그러나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현실지반이 송투리째 뒤흔들리는 모습을 경험하면서, 세계문학의 변화와 결코 무관할 수 없는 우리의 민족문학에서도 이 문제를 과연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물음을 회피할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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