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따기좋은영화감상문] 매트릭스를 보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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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며 자연스럽게 다른 영화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주인공이 믿어오던 현실이란 것이 사실은 조작된 속임수에 불과하다는 사실, 이 길이냐 저 길이냐를 두고 고민하게 된다는 당연스런 진행은 그닥 놀라운 설정은 아니다. '토탈 리콜'에서의 아놀드도 한동안 머뭇거렸었고, '블레이드 런너'의 해리슨 포드도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었고, '혹성 탈출'의 찰턴 헤스턴도 깜박 속았었다. 어쩌면 감춰져 있던 진실의 참혹함보다 놀라운 것은, 별로 강인해 보이지도 않는 주인공이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고도 덤덤히 헤쳐나간다는 사실이다. 감독이 이런 것을 의도했으리라는 생각이 별로 드는 것은 아니지만, 워낙 극단적 상황과 그 반전에 익숙한 우리들이니 키에누 리브스가 그냥 덤덤히 영웅이 되어가는 것 쯤 별거 아니지 않냐고 말하고 있는 듯도 하다. 물론 관객의 경우엔 자신의 얘기가 아니고 남의 얘기인 탓에 그렇게 덤덤할 수 있는 것이긴 하겠지만. 사실 이런 바보같은 생각보다도 더 그럴법하다 여겨지는 것은 이 영화의 근본적인 성격 속에 기초하고 있다. 이 영화가 그리고 있는 미래 사회는 엄청나게 끔찍하지만 감독의 사명은 그런 현실의 묘사보다는 멋진 액션을 그리는 데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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