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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에서 일어났던 역사적 사건 중에서 [정복]만큼 원주민의 세계를 송두리째 흔들어 버리고, 나아가 새로운 사회의 질서를 형성했던 일은 없었다.
신대륙으로 건너온 정복자들은 카톨릭에 바탕을 둔 그들의 이념체계에 의거하여 원주민 세계를 변화, 창조하며 역사의 새로운 주체자로 우뚝 섰다. 이제 원주민의 마을들과 그들의 삶은 카톨릭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즉 그들은 세례를 통해서 창조되었고, 그들의 정체성이 부여되었다.
1492년 라틴 아메리카를 정복한 스페인의 이사벨 여왕이 당시의 교황 알렉산데르 6세에게 새로이 발견된 섬과 대륙에 대한 소유권의 인정을 요청하면서 써 보낸 글은 정복에서의 카톨릭의 역할을 잘 보여주고 있다.
“우리들의 궁극적인 바람은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해 새로운 땅의 주민들을 우리의 성스러운 종교로 개종시키는 것이며, 그들에게 올바른 신앙을 심어주고, 기독교적 삶의 방식과 관습을 가르쳐주기 위해서 신부, 수도사, 주교 그리고 하느님을 믿는 사람들을 파견하는 것이다.”
이 시기의 스페인에서 종교와 정치의 경계는 그다지 명확하지 않았다. 사실 종교는 국가의 기반이었고 나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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