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후명 돈황의 사랑 - 잊고 지냈던 것들의 선명한 부활

소개글

윤후명「돈황의 사랑」에 대한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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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책을 읽기 전부터「돈황의 사랑」 이라는 제목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돈환(Don Juan)’의 사랑으로 생각해 버렸다. 바람둥이처럼 보이나 사실은 그렇지 않은 한 청년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소설을 상상하며 첫 장을 펼쳤다. 그래서 ‘돈황’이 중국의 지명 이름인 것을 알고 난 후에도 머릿속에서 이상하게도 돈 주앙의 이미지가 떠나지 않았다. 그 이미지가 계속 눈덩이처럼 커져 정상적인 독서를 방해할 지경에 이르렀다. 무식이 죄였다. 게다가 처음 기대한 내용과는 다르게 계속 북청 사자놀음이니, 혜초가 어쩌구 하는 말만 등장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심 실망하여 그래, 돈황이면 어떻고 돈환이면 어떠랴 하고 마음을 편히 가지자 그 때부터 차차 소설의 내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인공이 철제 침대에서 잠을 깨는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그는 연극을 하는, 그리 성공하지는 못한 친구를 만나 ‘돈황의 사랑’이라는 주제로 대본 한 편을 쓸 것을 집요하게 추궁 받는다.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녁이 되고, 주인공은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하며 사자 꿈을 꿨다고 말한다. 아내는 대수롭지 않게 그 이야기를 듣고, 집에 돌아와서 주인공은 창 밖을 바라보며 북청 사자놀음과 돈황 벽화에 등장하는 사자에 대해 떠올린다. 그는 곧 사자가 되어 환상과 현실을 넘나들게 되고 환상 속에서 소설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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