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행복한시간
- 최초 등록일
- 2008.09.12
- 최종 저작일
- 20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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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우리들의행복한시간을 읽고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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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 나는 아직도 1997년 12월 30일을 기억한다. 그해가 가던 그 무렵, 거리는 어둡고 한산했다. 무심히 거리를 지나가다가 돌아보면 이상하게 불빛들도 어둡고 소음도 낮았다. 온 나라가 무덤 속처럼 적막하다고 느껴지던 무렵이었다. 그날 밤 나는 마포에 있는 한 출판사 사람들과 망년회를 겸해 간단한 술자리를 마치고 택시를 탔다.
지난 가을 취재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구치소 여자 미사를 갔다. 마침 명절을 앞두고 있어서 몇 십 년째 구치소를 드나들며 봉사하는 자매들이 추석음식을 챙겨가지고 왔고 그래서인가 다른 때보다 사람이 많았다. 신부님께서 구치소를 처음으로 방문하는 내게, 여기 봉쇄수도원이에요, 하셨다. 웃으며 들어간 곳, 미사가 시작되기 전 신부님께서 <<수도원 기행>><<봉순이 언니>> 읽어본 사람 손들어 보세요, 하니까 의외오 꽤 많은 숫자가 손을 들었다. 그 작가 어때요? 하니까, 싫어요,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매일 미사를 가려고 노력했고 매일 달리기를 하려고 했다. 하나는 내 정신을 위한 것이고 하나는 내 몸을 위한 것이었다. 쓰기 위해서 최상의 컨디션이 필요했다. 다른 일도 아니고 글을 쓰기 위해 내 몸과 마음을 이토록 귀하게 여겨본 적이 또 있을까 싶었다. 처음으로 소설이라는 것을 쓰는 풋내기처럼 모든 것이 조심스럽게 느껴졌다. 세상에 그렇지 않은 일이라는 게 있을까마는 이 주제가 그만큼 힘에 겨워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도 고백한다. 작가라는 직업이 이토록 뼈져린 고독을 수반하는 것이라는 것도 새삼 느꼈다. 내가 선택하고 내가 쓰고 내가 책임져야 했다. 왜 하필 이런 소재를 가지고 글을 시작했을까, 후회도 막심했다. 그런데 그만 포기하고 싶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내가 그 몇 달 함께 빵을 나누던 그 사형수들의 , 이제는 깊고 선한 눈매들이었다.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나는 아주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 소설이 아니었다면 ‘모른다’라는 말로 지나치고 말았을, 몰라서는 안 되는 우리 사회의 일면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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