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호출 - 김영하 감상문
- 최초 등록일
- 2006.10.09
- 최종 저작일
- 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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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호출 - 김영하` 감상문
목차
없음
본문내용
‘상상은 또 다른 현실이다.’ 이 한 문장의 글귀가 나를 사로잡았고, 주인공이 사는 세계가 현실일까 상상일까 하는 ‘환상’의 문제를 야기시켰다. 그것은 작가 자신의 글쓰기에서 이미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이 지하철을 기다리며 노란 경계선의 앞뒤를 넘나드는 장면에서 미루어 볼 수 있고, 노란 선을 밟고 걷는다는 것 또한 현실에도 환상에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두 공간을 모두 소유하면서도 버리고 있는 모습으로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정말 두 주인공의 만남을 의심치 않았다. ‘3.호출은 없다’ 라는 소제목을 보고 ‘남자가 여자에게 호출을 하지 않았구나, 혹시 여자가 호출을 받지 못했나 보다’ 라고 생각은 했어도 두 주인공이 지하철에서 만났던 것이 허구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또 남자가 여자를 처음보고 상상하는 모습들을 읽으면서 운명적인 만남이란 과연 사랑의 상처를 얻은 후에야 오는 것이 아닐까하는 설레임을 느끼기도 했다.
‘호출은 없다’ 라는 말은 남자와 여자간의 호출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표면적인 의미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상상 속의 인물이므로 처음부터 호출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과 처음이나 나중이나 타인과 단절되었을 뿐 소통은 일어날 수 없었음을 말해준다. 이렇게 작가의 소설은 우리 독자가 내심 기대하던 해피엔딩, 혹은 완벽한 비극적인 질서를 무시한 채 이야기를 접는다.
‘그렇게 결심하는 내 시야 속으로 달력이 들어온다. 오늘은 10월 1일. 그러나 내방에는 9월 달력이 걸려 있다. 의자에서 일어나 9월 달력을 뜯으며 바닷가 바위 위에 누워 있는 반라의 여자를 유심히 살펴본다. 그래 저 여자. 어딘가 낯이 익다. 어디서 봤더라...’
책의 마지막 부분에 나타나는 이 문단에서, 허구 속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존재하는 달력 속의 여자가 낯이 익어 보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환상과 실제 속을 무작정 헤매고 상상하며 현실의 일부분임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도록 한 배려는 아닐까 싶다.
주인공은 무기력하며 삶 자체도 무의미하다.
참고 자료
<<호출>>, 김영하, 문학동네